오는 29일 북한 경제시찰단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방문키로 함에 따라 대덕연구단지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북한과의 과학기술 분야 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북한 경제시찰단의 ETRI 방문은 북의 요청에 따라 당초 일정으로 잡혀 있던 KT에서 전격적으로 방문기관이 바뀐 것으로 알려져 북측이 절차가 복잡한 경제분야 협력보다 과학기술계에 치중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ETRI 측은 지금까지 다른 출연기관들이 남북협력에 대해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분위기다. ETRI 측은 만약 협력하게 된다면 북한의 기술 수준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 소프트웨어 분야가 1순위가 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하면서도 북측에 연구시설을 설립하거나 고급인력을 지원하는 것은 예산 상황이 현재 좋지 않아 신중한 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북측 시찰단 방문 행사에 참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경우 현재 북한 과학기술 정보를 DB로 구축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용어표준화 작업 등 다양한 분야의 교류는 아직 가시화된 것이 없어서 기회가 만들어지면 두 기관의 협력방안에 대해 거론키 위해 자료 등을 준비 중이다.
또 KAIST는 지난 6월 기공식을 가진 남북 첫 합작대학인 평양과학기술대학에 커리큘럼을 제공할 예정이지만 완공되기까지 예산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워낙 많아 일단 관망하고 있으며 다음달 관계자 모임의 진행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지난 92년부터 정부의 정책사업으로 남북표준연구기관 설립을 추진해온 표준과학연구원은 최근 남북경제협력의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개성공단 입주를 희망하고 있으나 답보상태라며 경제협력이 가시화되면 남북한 제품 등에 관한 남북표준이 현안이 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최우선적인 협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정부 관계자는 “보안상의 문제 등으로 인해 전체적인 스케줄은 아직 공개할 수 없다”며 “ETRI 외에도 출연연 몇 곳을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