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PC의 AV 기능, 더 나아가 홈서버 시장까지 염두에 놓고 발표한 홈미디어센터 플랫폼을 두고 전세계 PC업계가 양분되고 있다. 삼성전자·HP 등은 MS의 플랫폼을 수용해 올해말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는 반면, 일본 PC업체들은 독자 솔루션으로 이에 대응하고 있다.
홈미디어센터를 둘러싼 PC업계의 힘겨루기는 결국 홈네트워킹 표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PC업계는 물론 가전업계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과 HP의 MS 진영 참여=삼성전자는 지난 한국전자전 MS관에서 홈미디어센터를 선보였다. HP도 최근 미국에 시제품을 출시하고 벤치마크테스터들에게 홈미디어센터 시제품을 제공했다. MS와 이들 두 회사가 선보인 홈미디어센터의 골격은 TV, DVD플레이어, 개인영상저장기(PVR), 오디오 기능 등을 PC에서 즐길 수 있도록 모두 PC에 내장한 형태다. 여기에다 초보자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고려한 ‘윈도XP 미디어센터 에디션’이라는 운용체계(OS)를 지녔다. 이 OS는 기존 윈도XP 프로페셔널에 멀티미디어기능을 추가하고 모든 기능을 가전제품처럼 리모컨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업계에서는 홈미디어센터가 일부 홈서버 기능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번 버전에 홈서버 기능은 포함되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MS의 로드맵에 따르면 오는 2004년께는 홈서버 기능까지 포함한 윈도XP 미디어센터 에디션이 출시될 예정”이라며 “이 경우 다른 정보기기와의 연계는 물론 가정내 AV시스템과의 연계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HP·삼성전자 외에 이렇다 할 우군이 없는 데다 TV수신기능과 PVR 기능 등이 기본 사양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기존의 데스크톱PC에 비해 크게 비싼 실정이다.
◇우리는 우리식으로 간다=세계 PC업계를 움직이는 또 하나의 축인 일본기업들은 홈미디어센터 진영에 가담하지 않고 독자 행보를 하고 있다. 지난주에 개막된 일본 최대의 PC전시회인 월드PC 엑스포에 참가한 도시바·소니·히타치·소텍 등은 홈미디어센터를 대신하는 독자적인 제품을 선보였다. 소니의 경우 각종 기기들은 내장했지만 ‘바이오미디어’와 ‘기가포켓’라는 독자적인 플랫폼으로 TV수신 및 기록이나 DVD, 오디오 등을 쉽게 제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같은 멀티미디어 PC는 소니 13개 전 데스크톱PC 제품군에서 11개를 차지한다. 히타치 역시 일체형 PC에서 TV·DVD·비디오 등을 손쉽게 작동할 수 있도록 ‘프리어스내비스테이션’이라는 솔루션을 선보였다.
특히 일부 PC업체들은 홈미디어센터를 홈서버로 활용하려는 MS의 전략과 달리 별도의 분리형 홈서버를 선보였다. 도시바는 ‘트랜스큐브’라는 홈서버를 선보이고 무선랜을 통해 PC와 TV, 오디오 연계기능을 시연했다. 도시바는 오는 2004년까지 가정내 모든 전자기기를 무선랜·IEEE1394·블루투스를 통해 제어할 수 있는 홈서버까지 출시할 예정이다.
도시바의 PC 연구소장인 히비씨는 “이미 일본업체들은 AV PC를 선보인 데다 홈서버 기능에서도 일본업체들이 앞서가고 있어 굳이 홈미디어센터를 채택해야 할 필요성을 못느끼고 있다”며 “이는 AV 제품의 주도권까지 MS에 내줘야 하느냐는 경계심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