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주 회복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장기간에 걸친 IT경기 및 주가 침체로 투자자들이 외면하고 있는 사이, IT주가 반등할 채비를 갖춰나가고 있다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것. IT주 회복론의 근거로는 △외국인 매수세 유입 △절대 저평가된 주가 수준 △DDR가격 상승 등이 거론되고 있다.
아직은 IT경기 및 주가에 대해 암울한 시각이 우세한 상황이지만 회복론이 제기되면서 증시의 방향성을 결정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IT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다시 살아나고 있다.
◇외국인 매수세 유입=외국인들은 지난 2월부터 월별 기준으로 무려 8개월간 매도 우위를 고수해 왔다. 물론 매도의 중심에는 IT주가 있었다. 하지만 이달 들어 외국인 매수세가 살아나면서 주요 IT주들로 매기가 확산되고 있다. 국내 IT대표 종목인 삼성전자에 대해 외국인들은 약 5000억원의 매수 우위를 보였다. 특히 지난 11일 이후 집중 매수세가 유입, 현재까지 5500억원의 매수 우위를 기록해 같은 기간 거래소 전체 순매수 금액 7800억원의 3분의 2수준에 육박했다. KT와 KTF도 이달 들어 각각 917억원, 122억원 가량을 사들였다.
이에 대해 증시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IT주 매수가 추세적으로 이어질지 아직은 단언하기 힘들지만 수급 개선에는 일조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필호 신흥증권 연구원은 “최근 고객예탁금이 늘어나고 있어 외국인들의 매수는 기관 및 개인들의 매수를 유인할 수 있다”며 “이는 모멘텀만 발생하면 언제든지 매수에 나설 수 있는 실탄이 확보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저평가된 주가 수준=올들어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증시 전반에 저평가 인식이 만연해 있다. 특히 IT주들은 ‘빠져도 너무 빠졌다’는 공감대와 함께 IT주가 수준 평가시 논란의 대상이었던 ‘거품’이 제거됐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현재 시스코, 인텔 등 주요 기술주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20, 22배로 IT혁명 이전 단계인 90년대 초반 수준까지 후퇴한 상황이다. 이는 성장 프리미엄이 거의 없는 전통 제조주와 큰 차이가 없다.
손범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향후 실물 및 유동성 부문의 모멘텀 발생 여부에 따라 해외 주요 IT주들의 추가 상승 여력은 충분한 상황”이라며 “이는 3중 바닥 탈피 흐름을 보이고 있는 코스닥내 저평가 기술주들에 대한 반등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DDR가격 상승=IT경기를 점검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지표는 PC수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연말 연시에 발생하는 계절적인 수요도 불투명하다는 극도로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는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PC 핵심부품 중 하나인 D램 현물가격이 상승추세를 지속해 한가닥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특히 DDR가격은 9월 저점 대비 평균 25%나 상승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또한 3분기 미국의 3대 PC업체(델, HP, IBM) 출하량이 2분기 대비 8% 정도 상승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우동제 현대증권 연구원은 “한국 D램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미국 PC업체들의 출하량 증가는 4분기 PC 재고부담 감소와 신규 PC 생산물량 증가라는 이중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반도체 오더 물량도 확대시킬 전망”이라고 말했다.
◇주가 회복 시기는 업종별로 달라=이렇듯 IT주 회복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지만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회복론을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가능성을 언급하는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하지만 IT경기와 주가 모두 바닥권에 접어든 것만은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회복시기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IT주가 반등하더라도 일시에 모든 업종에 걸쳐 나타나기는 힘들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IT하드웨어주들부터 반등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성장성, 수익성 대비 절대 저평가 종목들도 반등 1순위로 꼽히고 있다.
<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