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 중앙보급창이 국내 관공서와 산하기관에 공급하는 소프트웨어를 총망라한 ‘조달공급 소프트웨어 편람총서’의 발간을 추진하면서 업체들에게 소요비용을 부담토록 해 잡음이 일고 있다.
조달청 중앙보급창은 최근 조달공급 자격을 갖고 있는 행정업무용·정보보호용·교육용 소프트웨어 업체들에 공문을 보내 250페이지 분량의 조달공급 소프트웨어 편람총서를 2만5000부 발간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편람총서 제작에 참여할 업체들은 모 제작사에 신청하도록 했다. 중앙보급창은 편집비와 인쇄비·우편발송비 등을 합쳐 총 1억1500만원의 예산을 잡았으며, 120품목 게재를 예상해 제품당 95만9000원의 분담금을 책정했다.
하지만 중앙보급창의 이같은 계획에 대해 소프트웨어 조달업체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앙보급창과 행정 정보보호용 소프트웨어 조달계약을 체결한 한 정보보호 업체 사장은 “관공서 및 산하기관 대상의 조달시스템 홍보는 정부기관과 조달공급업체를 연결해주는 매개체인 조달청에서 담당하는 게 당연하다”며 “조달시스템 활성화의 책임이 있는 주관기관이 본연의 업무를 하면서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체들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사장은 또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에서도 편람을 제작하려 했다가 조달청이 추진하는 바람에 포기한 것으로 안다”며 “정보보호 업체 입장에서는 오히려 정보보호 시스템 부문만 따로 제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모 교육용 소프트웨어 공급업체 사장도 “조달청이 편람총서 제작 참여여부는 자유의사라고는 하지만 업체들은 공급자 입장이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며 “수요기관의 요구를 수용해 굳이 총서를 발행한다면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보기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달청 중앙보급창측은 “많은 공공기관들이 조달청에서 공급하는 소프트웨어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총서를 발간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자주 개진해옴에 따라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돼 추진하게 됐다”며 “업체들에게 강제적으로 참여하도록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조달청 중앙보급창 관계자는 “업체들도 매출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 추진했지만 업체들이 비용부담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한다면 없던 일로 하겠다”고 말했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