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톱박스 업계의 구조조정은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기회입니다.”
휴맥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최군식 부사장(52)은 “올 3반기 실적이 당초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지만 이는 셋톱박스 산업이 구조조정의 변화를 겪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현상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5월 휴맥스호에 몸을 실은 최 부사장은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에서 28년간 통상, 경리, 관리 업무 등을 주로 해왔다.
특히 18년 동안 삼성전자 해외법인에서 일하며 지난 90년대 초반에 불거졌던 미국, 캐나다 등과의 반도체, 컬러TV 등 반덤핑 관련 업무를 처리해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최 부사장은 다른 어느 곳보다 경쟁이 심한 분야에서 일해 온 만큼 셋톱박스 산업의 구조조정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셋톱박스 업계의 재편이 휴맥스에는 또 다른 도약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 상반기 전세계 위성TV업계가 어려움을 겪으며 셋톱박스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방송사 직구매 시장의 주력업체들이 매출감소와 수익성 악화를 경험했지만 휴맥스는 올해도 견실한 수익구조를 유지하며 성장을 지속했다”는 지적이다.
최 부사장이 최근의 산업계 구조조정을 새로운 기회로 인식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방송사 직구매 시장의 확대다.
“내년에 셋톱박스 업계가 올해와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겪겠지만 원가절감 차원의 아웃소싱이 늘면서 업계 재편이 가속화될 것이란 예측 때문이다. 따라서 직구매 시장에서 OEM 수주 물량이 증가하는데 휴맥스 입장에선 그동안 축적한 현금자산을 바탕으로 외형적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최 부사장은 세계 각국의 셋톱박스 업체와 인수·합병(M&A)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 부사장은 구조조정기에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경영 효율화’를 최우선 현안으로 꼽았다. 단기적으로는 비용을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모든 재원을 최적화한다는 점에서 경영효율화가 필수라는 게 그의 입장이다.
이를 위해 휴맥스는 전사적자원관리(ERP)와 공급망관리(SCM) 시스템을 도입해 내년부터 운영한다. 또한 국내는 물론 해외 지사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재고, 물류, 배송 등을 실시간으로 처리함으로써 10% 안팎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계획이다.
주가 측면에서 최 부사장은 휴맥스의 현재 주가가 크게 왜곡돼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현 주가가 휴맥스의 성장성이나 기업가치 등에 비해 턱없이 낮다는 것이다.
6월들어 바이액세스 문제가 지나치게 과장돼 주가가 급락했고 이것이 마치 휴맥스의 성장성 둔화의 이유로 보는 분위기가 팽배했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주가가 올 최고점대비 25% 수준으로 떨어졌고 48%에 이르던 외국인 지분율도 12%로 떨어졌다.
최 부사장은 저평가된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해외 IR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그는 “부정적인 기업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올해 홍콩, 미국, 영국 등 주요 외국계 펀드매니저들을 만나 휴맥스의 성장성과 미래가치를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액면가의 30%에 그쳤던 배당률도 현실화해 주주이익 극대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