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을 중심으로 실버산업이 급성장한 이유는 고령자가 많아지고 그들의 경제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은 고령사회가 급속히 진전됨에 따라 실버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과 기술개발에 매진해왔다. 일본의 경우 고령자보건복지추진 10년 전략사업(90∼99년)을 수행한 바 있다. 재택복지, 장수사회 복지기금, 필요시설 건립, 거동 불편 노인 보조, 고령자 삶의 향상, 장수과학기술 개발로 나눠 진행했다. 특히 장수과학과 관련된 기술개발을 위해 아이치현에 장수과학연구소를 신설, 관련 기술들을 개발했다. 이 사업은 나중에 골드플랜으로 불렸다. 실버층이 골드층으로 부각된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유럽의 경우 여러 나라들이 연합해 ‘삶의 질과 생활관리 향상’에 대한 연구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고령인·장애인을 위한 종합기술지원, 원격 건강 모니터링, 가정건강관리, 정보통신 활용을 통한 고령인 및 장애인 모니터링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미국도 각종 사회복지법을 제정, 고령인에 대한 산업적·사회적 차별을 최소화하며 건강 모니터링과 원격진료 등에 많은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산업적으로 아직 뚜렷한 결과 없이 숙제만 많이 남아있는 상태로 평가되고 있다.
선진국에서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실버산업 기술개발에 대한 사업을 추진했지만 눈에 띄는 성과가 없었던 것은 과거에 형성돼 있던 고전적인 실버산업 개념에 너무도 충실하게 접근했기 때문이다. 즉 실버산업은 수익성보다도 공익성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고령인과 노약자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주로 재활, 개호, 단순한 주거개선과 같은 저효율·노동집약적 사업을 전개했다. 노인들을 ‘시장논리에 충실한 소비자’라기보다는 ‘사회가 무언가 지원해야 할 수혜자’로 인식한 것이다.
이것은 미래의 다수가 되는 신세대 노인인 s세대의 특징을 잘못 분석한 것이다. s세대들은 단순소비자가 아니라 때로는 파격적 소비형태를 보이는 입맛 까다로운 우량소비자다. 이 사회의 오피니언리더로서 새로운 소비형태를 창출하는 세대인 것이다. s세대 노인들은 스스로를 구시대적 노인으로 불리기를 거부한다. 예를 들어 유아식품으로 유명한 거버는 특정 노인들이 자사 제품을 많이 구입한다는 것을 알고 ‘노인용’ 상품을 내놓았지만 노인들이 ‘노인용’ 식품을 들고 계산대로 가기를 꺼려해 결국 이 제품은 실패했다.
국내에서도 이미 구시대적 이미지의 양로원·노인용 아파트가 아닌 ‘시니어스 타워(senior’s tower)’, 노블 카운티(noble county)’ 등 새로운 이미지의 실버타운이 건립돼 있지만 부진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실버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s세대의 특성과 요구를 잘 파악해야 함은 물론이고 철저한 시장경쟁원리를 도입, 실버산업에 묻어있는 공익산업·복지산업의 틀을 벗겨야 한다. 사후문제해결형의 복지산업에서 사전문제예방형의 생산적 산업이 돼야한다. 단순한 시설 및 인프라 제공을 넘어서 노인층의 건강과 부, 지식자본을 유지·발전시킬 수 있는 기술개발이 병행돼야 한다. s세대의 생산적인 사회생활을 위해 그들의 노화된 감각기능을 보조해줄 수 있는 기술, 일상 생활을 쉽게 스스로 유지할 수 있는 기술, 정보혁명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술들을 개발해야 한다. 미국의 바텔연구소와 일본의 장수공학연구소 등 유수 연구소들이 이러한 기술들을 미래기술로 예측하고 있다.
미래는 노인들이 우량소비자임과 동시에 우량생산자임을 확인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틀니산업이 자동차산업을 뛰어넘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실버산업의 시장성은 매우 큰 것이다. 2010년 국내 실버산업시장은 41조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실버산업이 미래사회의 골드산업으로 부각되는 것을 뒷받침할 산학계의 기술개발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시급히 요청된다.
<한양대 의대 의용생체공학교실 김선일 교수 sunkim@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