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기피현상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이공대생들의 학사경고자가 급증해 대학가에 또 다른 충격을 주고 있다.
더 이상 이공대생들의 학사경고 문제는 ‘누구나 한번쯤 받는 것’ 정도로 가볍게 넘어가기에는 너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게 대학관계자들의 진단이다. 학사경고를 받은 이공계 대학생의 수가 열명 중 세명에 달할 정도로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는 F학점을 여러 번 받게 되면 누적되어 학사경고 대상이 되고 이러한 학사경고가 쌓이면 제적처리되는 등 엄격한 학칙이 적용된다.
최근 숭실대 신문사의 조사에 의하면 학사경고, 이른바 ‘학고’의 대상이 되는 평점 4.5만점에 1.5 이하를 받는 학생 중 이공대생의 비율이 26.7%에 달했다. 이는 전체학생의 5.1%의 비율과 비교할 때 5배 이상 되는 높은 수치로 열명 중 세명 꼴이다.
이러한 수치에 이공대생들은 할 말이 많다. 그들은 학고를 받는 가장 큰 이유를 ‘어려워서’라고 말한다. 서울시립대 김모씨(컴퓨터통계학과 96학번)는 결석 한번 한적 없고, 리포트 100%에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모두 치렀지만 학고를 받게 됐다고 하소연 했다. 이군은 평소 전공과 관련되어 외부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여러 경진대회에 참가해 실력을 인정받은 터라 이러한 결과에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이군의 예는 이공대 전공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고려대 이모씨(공학부 02학번)는 1학년이지만 학고를 받아 전공에 흥미를 잃은지 오래다. 이군은 “입학 후 캠퍼스 낭만에 대한 환상을 깬지 오래다”며 “수학이 바탕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공부 자체가 어렵고 이를 게을리 했다간 F가 꼬리에 꼬리를 물어 학고 명단에 오르게 된다”고 했다.
이러한 이유로 이군은 휴학중이며 전과를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아주대 김준걸씨(정보 및 컴퓨터공학부 97학번)는 장학금을 받는 등 상위권에 속하지만 학고생들을 바라보는 안타까운 심정은 마찬가지다. 인문대 수업을 수강한적 있는 이씨는 “단순히 이해하고 암기 후 시험을 치렀지만 A+가 나왔다. 반면 컴퓨터관련 전공은 이해와 암기만으로는 따라가기 힘들다”며 “이를 응용할 줄 알아야 한다. 또한 최신 기술을 익혀야 하는 부담감 때문이 이공대생을 학고로 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숭실대 관계자는 “전체 재학생의 학사경고자의 비율이 매년 17% 이상 증가되고 있는 추세”라며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커리큘럼을 재편성하거나 전과의 기회를 넓히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보다 근본적 해결을 위한 제도적 방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명예기자=김정연·숭실대 projykim@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