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자책(e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500만명이 넘는 국내 인터넷 이용자를 독자로 수용하느냐 못하느냐에 한국 출판업계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기업용 인터넷전용선 서비스업체인 케이알라인(대표 방상구 http://www.krline.net)의 계간 사외보 ‘언두(가을호)’에 실린 ‘전자책과 전자출판’을 소개한다.
CAP는 컴퓨터에 의한 출판(Computer Aided Publishing)이란 뜻으로 전자출판을 말한다. 전자출판은 그 최종 출력물을 기준으로 종이책 전자출판과 비종이책 전자출판으로 구분된다. 비종이책 전자출판에는 디스크책 전자출판과 통신망을 사용하는 화면책 전자출판이 있다.
한국에서는 한글 화면책 출판이 8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미국에서는 영문 화면책이 통신망과 화면책 전용단말기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98년부터 활용되고 있다. 누보미디어의 ‘로켓 e북’이 98년 10월 발매되고 2000년 3월 소설가 스티븐 킹이 쓴 ‘총알자동차 타기(Riding the Bullet)’의 화면책 출판은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 출판계에 화제를 뿌렸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전용단말기가 너무 무겁고 가격이 높아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고 생각된다. 값싸고 가벼운 휴대형 전용 단말기가 실용화되려면 1∼2년 이상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종이책을 읽는 것과 같은 효과를 줄 수 있는 해상도와 값싼 단말기가 개발돼야 화면책은 성공할 것이다.
화면책은 종이가 아닌 매체로 제작된 비종이책이다. 종이책처럼 손가락에 침을 발라서 한 장씩 넘기는 느낌이 들 정도로 실감나는 비종이책이 나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아니, 발명해내야 한다.
인간을 살려주는 환경을 유지하려면 나무가 살아야 한다. 새로 자라는 나무보다 종이책을 만들기 위해 베어내는 나무가 더 많으면 종이책 출판업자와 인쇄업자는 회사를 유지하겠지만 결과적으로 나무가 모자라 홍수가 나고 산소가 부족하게 돼 지구의 인간 전체가 살기 힘들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경 보호 차원에서도 비종이책의 발전은 시급하다.
하루바삐 나무를 사용하는 종이의 대체 재료를 발견해야 할 시점에서 컴퓨터의 보조기억장치인 디스크의 출현은 디스크책 출판을 가능하게 해 CD롬, DVD를 사용한 멀티미디어 디스크책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디스크책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화되기도 전에 이제는 인터넷을 통한 네트워크 스크린을 이용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텍스트뿐 아니라 그림·동영상까지 담아보낼 수 있는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종이책 출판물에서 디스크책 출판물로, 다시 네트워크 스크린 출판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네트워크 스크린책 관련 제품인 e북이 출현한 것은 출판계와 인쇄계의 발전 속도를 가속화시키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나무를 보존해 지구 환경 보존에도 기여할 것이다.
여기서 출판업계가 한가지 명심해야 할 점은 종이로 만든 책이든 디스크로 만든 것이든, 또 네트워크 스크린이나 e북이든간에 그 책을 사서 읽는 독자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e북이 나와서 새로운 독자를 창출해내야지 기존 종이책 독자를 뺏는 현상이 벌어지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이기성 한국전자출판연구회장, 계원조형예술대학 출판디자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