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하늘의 초롱초롱한 별은 오래 전부터 사람들에게 신비로운 환상과 아름다운 추억을 선사해 왔다.
그만큼 별에 얽힌 전설과 이야기는 많고, 별을 사랑하고 노래한 예술가나 시인도 많았다. 그러나 별을 사랑하는 것은 예술가들뿐만은 아니다. 딱딱한 이론 및 차가운 기계와 함께 생활하는 과학자 중에서도 별을 사랑하는 사람은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박문호 박사(43)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오준호 교수(48)의 별 사랑은 어느 시인이나 예술가에 뒤지지 않는다.
ETRI 광송수신소자팀장인 박문호 박사에게 별 관측을 단순한 취미활동이라고 말했다가는 1시간이 넘도록 천체 철학 강의를 들어야 한다.
그는 별을 보는 것이 태양과 행성, 나아가 지구의 생명체에 대한 뿌리를 찾는 행위이자 우리 본래의 모습을 체득해 가는 과정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 있는 철보다 무거운 미량원소는 대부분 수포노바라는 초신성이 폭발하면서 몇초 내에 합성된 우주성간물질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는 국내에서 열린 별세미나에만 15차례나 참여한 경력이 있을 정도로 천체에 관한 애착이 강하다. 망원경을 이용해 별을 보기도 하지만 주로 육안관측을 통해 우주의 근본원리를 이해하려 한다.
“3년전 어느 주말 목성을 보기 위해 무주 적성산 정상에 있을 때였습니다. 새벽 6시께 해가 떠오르는 순간, 태양도 별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멀리 있는 것만을 별이라고 보던 일상사고의 틀이 순간 깨진 것입니다. 별을 좋아한 지 20년 만에 깨달음을 얻은 것이지요.”
그렇기에 그의 취미 아닌 취미는 전공에 잘 녹아 있다. 그는 반도체 속의 빛을 원하는 대로 끄집어 내 이용하는 파장가변 반도체 레이저 다이오드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결국 취미와 연구가 그에게는 모두 빛을 연구하는 학문인 셈이다.
박 박사가 빛을 생활의 일부로 여기고 있다면 KAIST 기계공학과의 오준호 교수는 별을 바라보다 아예 천체 관측 기기인 자동도입 망원경을 만들고 있는 천체 마니아다.
인간의 형태를 지닌 차세대 로봇 개발이 전문인 오 교수는 2년 전부터 짬짬이 행성이나 위성, 소행성 등 하늘에 떠 있는 모든 물체를 자동으로 추적하고 관측할 수 있는 로봇과 망원경, 메카트로닉스가 모두 결합된 로보틱 텔레스코프(자동적도의)를 제작중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별을 관측하기 위해 마분지와 키트를 구입, 직경 40㎜짜리 망원경을 직접 제작하던 애착이 망원경 시스템 개발로 이어지게 됐다.
그는 “‘오죽 별 볼 일이 없으면 별을 보겠느냐’는 말이 있지만 별에 마음을 여는 사람은 순수하다”며 “밤하늘에 보이지 않던 별도 마음을 비우고 집중하면 보이는 일이 허다하다”고 나름대로의 별에 대한 예찬론을 폈다.
2∼3분간의 짧은 일식을 보기 위해 지난 99년 터키, 지난해 잠비아, 올해는 사이판 아래 티니안섬으로 3박 4일의 휴가를 내고 날아갈 만큼 별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그런 그에게 아쉬움이 있다면 요즘 과제 마무리하느라 한달에 한두번, 그나마 흐린 날이 많은 여름철 주말에는 거의 야외로 나가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망원경을 자동으로 움직이게 하는 컨트롤러는 2축 로봇 기술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그는 개발 마무리 단계에 있는 로보틱 텔레스코프 기술을 중소기업에 이전할 계획이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