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침체, 경쟁가열, 제품다변화 등 여러가지 악재가 겹치면서 주기판 유통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 국내 주기판 유통시장은 수요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월 시장 규모가 올 초보다 30% 가량 줄어든 7만장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대만업체들이 최근 멀티벤더 체제로 유통 전략을 변경함에 따라 국내 수입원들간 경쟁이 가속화하는 등 주기판 유통업체들이 갈수록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요침체의 장기화=용산·테크노마트 등지의 조립 PC 시장과 단품 유통시장에서 판매되는 주기판의 월 판매 규모는 지난 1월까지 14만장을 유지했으나 월드컵 한파가 몰아친 6월부터는 시장 규모가 7만장대로 위축되는 등 수요 부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따라 주요 업체들의 판매량도 급감해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하반기들어 인텔의 i845E·i845PE, 비아의 P4X333, 시스사의 SiS648 등 신형 칩세트가 잇따라 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마진율이 비교적 좋은 신제품 판매는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어 업체간 가격경쟁만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대만업체들의 유통전략 변경=국내 주기판 시장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대만 주기판 생산업체들의 전략 변경도 시장환경을 급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대만 MSI, 이폭스 등 주기판업체들은 최근 국내 독점 공급원을 통해 물량을 공급하는 전략에서 탈피, 여러 곳의 수입원을 통해 동시에 주기판을 공급하는 멀티벤더 체제로 전략을 잇따라 변경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주기판 시장은 4곳 이상의 수입원을 운영해 온 대만 ASUS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독점 공급원을 통해 물량을 공급해왔다.
대만 제2의 주기판 생산업체인 MSI는 최근 유니텍전자(대표 백승혁)를 통한 독점 공급에서 탈피, 슈마일렉트론(대표 윤제성)과 공급 계약을 맺고 공급원을 다변화했다. 또 이폭스사도 최근 미디테크(대표 이덕수)와 공급 계약을 맺고 주기판을 출시하는 등 국내 공급원을 슈마일렉트론과 미디테크 이원체제로 변경했다. 이밖에 기가바이트도 지난 6월 기존 독점 공급원인 제이씨현시스템(대표 차현배) 외에 시그마컴(대표 김동도)을 통해 주력 주기판을 출시하는 등 국내 주기판 시장이 독점공급원 체제에서 멀티벤더 체제로 급변하고 있다.
대만업체들의 이 같은 전략변화는 국내 주기판 시장의 침체가 지속되면서 독점공급원의 판매량이 감소하자 공급원 다변화를 통해 판매량을 늘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멀티벤더 체제를 채택하는 대만업체들이 늘어나면서 국내 주기판 유통 시장의 경쟁 환경은 더욱 가열되는 등 업체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이에 대해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11월부터는 겨울 성수기 시장에 들어서고 주요 신제품의 가격도 더욱 하락할 것으로 예상돼 수요가 점차 회복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하지만 국내 수입원간 경쟁 가열로 유통시장뿐만 아니라 중견 PC업체에 주기판을 공급하는 기업용 시장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