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물등급위원회의 온라인게임 ‘리니지’ 18세이용가 등급판정 여파로 수출 차질이 현실화되면서 산업침체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가뜩이나 이번 등급판정으로 게임산업에 대한 투자열기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는 가운데 수출 전선에도 빨간불이 켜져 게임업계는 ‘내우외환’의 위기를 피할 수 없게 됐다.
현재 수출 차질이 현실화된 업체는 18세이용가 등급을 받은 엔씨소프트와 시멘텍 등 2개사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이번 판정으로 국산 온라인게임의 이미지가 상당히 실추돼 다른 업체들도 해외 비즈니스에서 크고 작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왜 수출이 문제인가=엔씨소프트와 시멘텍이 각각 중국과 말레이시아 진출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은 두 회사의 온라인게임이 나란히 18세이용가 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양사가 접촉중인 현지 파트너는 18세이용가 판정이 나오자 비즈니스 일정을 잠정 연기하거나 로열티 가격을 내리자고 주장했다.
이는 현지 파트너 업체들이 영등위의 판정이 비단 한국뿐 아니라 자국에서도 먹혀들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현재 국산 온라인게임의 진출이 두드러지는 대만·중국·동남아 등의 경우 아직 온라인게임 서비스와 관련한 연령 등급제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한국의 사례가 그대로 적용될 소지가 매우 크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과 대만의 경우 한국의 등급제를 모방한 윤리규제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정부차원에서 적극 검토중이며, 중국은 다음달 8일로 예정된 전국 인민대표대회에서 이런 움직임이 확정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엔씨소프트와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중인 시나닷컴이 합작법인 설립일정을 잠정 연기하자고 주장한 것도 이같은 사정이 감안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의 경우 정부기관인 신문출판서가 외국 게임물 수입허가를 담당하면서 18세이용가 등 성인등급물에 대해서는 쉽게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는 게 정설이다.
◇수출 난항 신호탄=게임업계는 이번 수출 차질이 결코 해당업체에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단 리니지와 같은 대표적인 국산 온라인게임이 18세이용가 등급을 받으면서 한국 온라인게임은 청소년이 함부로 이용하면 안된다는 인식이 퍼져 다른 게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한국 온라인게임이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중국이나 대만시장의 경우 현지 업체들이 이를 계기로 ‘한국 게임 깎아내리기’ 공세를 강화할 소지가 커질 전망이다. 또한 그동안 자국의 로열티 유출을 우려해오던 정부 당국자들이 이를 한국 온라인게임 제재를 위한 빌미로 삼을 가능성도 매우 높을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영등위 판정이 나오자 중국 및 대만 게임관련 잡지들은 이같은 사실을 대서특필하며 이슈화시키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같은 여론몰이가 지속된다면 영등위로부터 18세이용가 등급을 받은 게임뿐 아니라 다른 게임도 해외진출은 물론 로열티 협상에서 불리해지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