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TFT LCD업계 구조조정 바람 불듯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공급가격이 4분기들어서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면서 시장지배력이 낮은 대만 일부업체들을 중심으로 TFT LCD 업계의 구조조정이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가격폭락속에서 LG필립스LCD·삼성전자·AUO 등 TFT LCD ‘빅3’ 기업은 5세대 설비증설과 6세대 투자를 예정대로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지속적인 가격하락이 불가피해 인수합병(M&A) 등 업계 구조조정이 내년에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만 일부언론은 대만 TFT LCD 업계가 연말 크리스마스 성수기에도 실적이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경우 내년 초부터 관련업체간 합병 움직임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도했다.

 이 신문은 특히 세계 3위 TFT LCD 업체인 AUO가 경쟁사인 퀀타디스플레이 인수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AUO의 리쿤야우 회장도 구체적인 답변은 거부했으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다”며 인수에 관심이 있음을 시사했다.

 국내업체 관계자들은 지난 3분기를 기점으로 세계 TFT LCD 시장이 공급과잉(오버 서플라이)으로 돌아서면서 공급가격이 내년 하반기까지 지속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여, 퀀타(세계 10위)·한스타(9위)·치메이(8위) 중 1∼2개 정도는 구조조정 대상으로 떠오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의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5세대 라인을 가동중이거나 투자에 착수한 삼성·LG·AUO 등 빅3에 대항해 대만 후발업체들이 경쟁력을 유지하기는 힘들 것”이라면서 “수요가 폭등세로 돌아서지 않는다면 대만의 한두개 업체는 특단의 조치를 강구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업계의 구조조정설이 불거지는 것은 최근 가격폭락세로 인해 제조원가가 높은 대만 후발업체들의 실적이 크게 악화, 5세대 설비투자를 위한 자금조달에 차질이 우려되기 때문. 실제로 AUO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대만업체들이 가격급락이 실적악화로 이어지면서 투자자금 마련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LG필립스와 삼성전자가 5세대 확장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다 AUO가 최근 5세대 설비 발주에 들어감에 따라 빅3 모두 5세대 투자가 거의 마무리되는 내년 하반기에는 TFT LCD 모듈 가격이 모니터용 15인치 기준으로 150달러를 밑돌 전망이어서 일부 대만업체들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연말 성수기 시장상황이 여전히 변수이기는 하지만, 2004년 이후까지는 TFT LCD 시장의 대반전은 기대하기 힘들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대만은 물론 일본의 일부 업체들까지 추가 구조조정 대상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