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우주기술 현장 리포트](1)유럽우주국

우주기술(ST)산업은 정보기술(IT)·생명기술(BT)·나노기술(NT) 등과 더불어 2000년대를 이끌 첨단기술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러시아·중국·유럽 등은 천문학적인 자금과 인력을 투입해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유럽의 경우 15개국이 연합해 설립한 유럽우주국(ESA:European Space Agency)을 통해 체계적으로 ST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유럽 ST를 이끌고 있는 각 기관 및 산업체를 돌아보고 그들의 노하우를 알아본다.

 

 프랑스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지난 6월 프랑스의 첫 여성우주인인 클로디 에뉴레를 연구신기술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과학자이자 의사로서 정치와 행정에 전혀 경험이 없는 그녀를 과학기술연구의 총책으로 삼은 것만으로도 프랑스가 과학기술, 특히 ST에 대해 쏟는 애정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다른 유럽국가들이 ST에 쏟는 애정도 프랑스에 못지않다. 유럽 각국은 ESA의 지휘 아래 각자가 경쟁력을 갖춘 분야을 중심으로 철저한 분업 체제를 통해 미국과 러시아 등 ST 강대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미국의 항공우주국(NASA)과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ESA는 60년 벨기에·프랑스·독일·이탈리아·네덜란드, 그리고 영국 등 6개 국을 주축으로 우주로켓 유로파를 만들기 위해 결성된 유럽우주로켓개발기구(ELDO:European Launcher Development Organization)가 모태다.

 62년에는 덴마크·스페인·스웨덴·스위스를 더해 과학위성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제안된 통신위성에서 발사까지 모든 종류의 우주활동을 포괄하기 위해 유럽우주연구기구(ESRO:European Space Research Organization)를 설립했다.

 이후 75년 유럽 각국의 우주개발 계획을 단일화해 효율적으로 우주개발을 추진하기 위해 ESA가 출범했고 아일랜드·오스트리아·노르웨이·핀란드·포르투갈이 합류해 현재 총 15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ESA에는 1850여명이 종사하고 있으며 파리에 본부가 있고 네덜란드·독일·이탈리아 등에 전문센터를 두고 있다.

 네덜란드 누르드윅에 있는 ESTEC(European Space Research and Technology Center)는 ESA 최대 기관이자 조직이며 유럽 우주활동에 대한 시험센터다. ESA 우주프로젝트의 관리와 기술적 대비에 대한 책임이 있으며 ESA가 진행하는 인공위성 및 우주개발과 유인우주선 활동에 대해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또 독일 쾰른에 있는 EAC(European Austronaut Center)는 유럽 우주비행사들의 훈련기지며, 독일 다름슈타트에 위치한 ESOC(European Space Operations Center)는 궤도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이 잘 운영되도록 전세계의 지구국과 연결해 인공위성을 추적하고 통제한다.

 이탈리아 로마에 위치한 ESRIN(European Space Research INstitute)는 지구 관측위성으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처리하는 곳이다. 20개 이상의 지구국과 연결하고 전세계적으로 20여개 외국 지구국 담당자와 협력하고 있다.

 그리고 프랑스령 기아나에 위치한 기아나우주센터는 우주로 가는 유럽의 문으로 적도와 가깝기 때문에 인공위성 발사를 위해 이상적인 지역으로 면적이 9만6000헥타르에 이르며 프랑스국립우주연구소(CNES), 아리안스페이스 직원 등 14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ESA의 운영은 주로 회원국의 출연금으로 유지된다. 지난해 ESA의 예산은 총 28억5680만유로(35조7100억원)인데 회원국의 출연금은 20억5560만유로(25조6950억원)에 달했다. 프랑스가 29.9%인 6억1450만달러로 가장 많은 금액을 출연했으며 독일이 25.9%인 5억3140만달러, 이탈리아가 14%인 2억8740만달러를 출연해 그 뒤를 잇고 있다.

 유럽이 이처럼 ESA를 통해 ST에 나서고 있는 것은 막대한 비용을 분담하기 위해서다. ESA는 우주로켓인 아리안프로그램, 국제우주정거장, 환경위성 엔비셋, 혜성탐사위성 로제타 등의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데 워낙 많은 금액이 투입되는 탓에 회원국간 비용분담이 필수적이다. 물론 많은 비용을 투입한 국가에는 그 비율만큼의 물량이 배분돼 혜택이 돌아가는 것으로 원칙으로 해 회원국간 갈등의 소지를 없애고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