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맞은 이동통신장비산업>(하)선진시장으로 눈을 돌리자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라.’

 90년대 중반 이후 국내 이동통신장비업체들의 해외진출이 잇따르고 있지만 일본, 미국, 유럽 등 정보기술(IT) 선진국 진출은 미미하다는 점도 국내 업계가 풀어야할 과제다.

 특히 이들 지역은 시장규모가 클 뿐 아니라 전세계 IT산업의 흐름이 집결되고 전세계 모든 IT업체의 시선이 집중되는 곳이라는 점에서 더욱 국내업체의 진출이 시급한 곳이다. 또한 우리 업체들이 해외시장에서 맞서게 되는 경쟁자도 대부분 이 지역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점도 이 지역 진출의 필요성에 무게를 실어준다.

 현재 국내 장비업체의 수출지역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의 이동통신 후진국에 국한돼 있는 게 사실이다. 반면 루슨트테크놀로지스가 활약하고 있는 미국, 히타치와 후지쯔가 버티고 있는 일본, 알카텔·노키아·에릭슨 등 강호들이 즐비한 유럽지역은 국내업체에는 넘지 못할 산으로 여겨져왔다.

 물론 업계와 정부 차원에서 동남아 CDMA벨트라는 기치를 내걸고 동남아 공략에 역량을 집중해왔고 CDMA 시장확대 측면에서도 동남아는 매우 중요한 시장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유럽지역의 경우는 GSM서비스 기반이기 때문에 국내업체가 진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러한 수출지역 편중현상은 국내 이동통신장비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국내 업체가 3세대(3G) 이동통신장비사업에서는 동기식뿐 아니라 비동기식 분야에도 진출하기로 결정한 만큼 더이상 동남아 몇몇 나라에 국한된 해외사업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이동통신 선진국 진출은 여러가지 의미를 지닌다. 이들 지역은 전세계 이동통신장비 시장에서 3분의 2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시장규모가 커 진출 성공시 막대한 매출을 올릴 수 있다. 또한 전세계 이동통신업계의 이목이 집중된 곳이기 때문에 장비공급권을 따낼 경우 자연스레 공급업체의 기술력을 과시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여기에 세계적인 이통장비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이김으로써 다른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이점이 더해진다.

 지난 8월 삼성전자가 일본 이통사업자인 KDDI의 cdma2000 1x EVDO 장비공급권을 따내며 일본시장 진출을 성사시킨 것은 크게 고무할 만한 일이다. 그동안 일본업체의 텃세와 북미 및 유럽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려 번번이 좌절됐던 일본시장 진출을 성사시킴으로써 일본시장 진출의 첫 물꼬를 터뜨렸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일본진출을 위해 지난 수년간 꾸준히 사전 정지작업을 벌였으며 외산업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장비공급을 제외한 유지 및 사후 보수사업은 일본 후지쯔가 맡도록 했다.

 이처럼 치밀한 준비끝에 이뤄진 삼성전자의 일본 진입 성공은 최소 1억달러 규모라는 단순한 수치상의 의미보다 cdma2000 1x EVDO시스템을 공급함으로써 향후 일본 3G 시장에서 국내업체가 선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고 더 나아가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이동통신 선진국에 해외 유수업체를 제치고 장비를 공급, 기술력을 전세계에 과시하게 됐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크다.

 현재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장비업체들은 미국시장에도 꾸준히 문을 두드려오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LG전자가 미국 모네모바일네트워크사에 cdma2000 1x 시스템을 공급했으며 지금은 미국 스프린트PCS사에 3세대 CDMA 장비를 공급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물론 국내 업체의 미국, 유럽, 일본 시장 진출이 쉽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들 나라의 정부도 자국업체 보호 차원에서 자국 업체에 보다 많은 사업기회를 주려하고 있으며 통신사업자도 기존 공급업체를 바꾸고 신규 업체에 자사의 통신망 구축을 맡기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같은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국내 장비업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 지역 진출은 반드시 풀어야할 과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과거 2세대 이동통신시장에서 정작 노른자위는 해외 업체에 내줬던 국내 장비업체들이 앞으로 3G시장에서만큼은 이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미국, 유럽, 일본 진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