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공정공시제 시행 앞둔 증권가 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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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1일 시행예정인 공정공시제도로 증권가가 술렁이고 있다.

 기업과 애널리스트들은 ‘함구령’이라도 내려진 듯 벌써부터 상장 및 등록기업들에 대한 정보제공 및 분석을 꺼리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기대반, 우려반’으로 시장의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공정공시제도가 시행되면 언론과 변호사·회계사 등 극히 제한된 분야의 사람을 제외한 그 누구에게도 경영사항과 관련한 중요 정보를 사전에 유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기업과 애널리스트들은 기업설명회(IR),기업 분석 작업 등을 어떻게 해야할지 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투자자들도 새로운 제도 시행으로 변화가 예상되는 투자 행태 파악에 분주한 모습이다.

 ◇공정공시제도=공정공시제도란 말 그대로 기업과 관련한 정보를 주식시장의 모든 투자자에게 동시에 제공하는 제도다. 공정공시 대상이 되는 정보는 기업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업 및 경영계획, 영업실적 전망, 수시공시 등으로 신고 시한이 경과되지 않은 경우 등이 모두 포함된다.

 원칙적으로 이들 정보는 공시전에 선별적으로 유출하는 것이 금지돼 있으며 IR, 기자회견·간담회, 콘퍼런스콜 등을 진행하면서 정보를 제공했을 때는 즉시 공시해야 한다. 다만 기업이 언론사 기자의 취재 요청에 응하는 것은 허용된다.

 ◇파급효과=공정공시제도가 시행되면 주식 투자의 전단계에 걸쳐 변화의 바람이 일 것으로 보인다. 투자 판단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정보’기 때문이다.

 일단 시장 관계자들은 이 제도의 취지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하고 있다. 정보로부터 소외돼 있는 개인들을 보호하고, 단기적 재료가 아닌 펀더멘털에 의한 장기 투자를 유도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보의 공평한 분배에 목적을 두고 있으나 규제가 지나치게 엄격해 오히려 정보를 차단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제한된 정보에 근거한 기업 분석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고 제도의 취지와는 반대로 단기투자를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해 관계자별로 이 제도의 효과를 살펴보면 개인투자자들은 정보의 접근기회가 많아진다는 점에서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반면 펀드매니저들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보통 포트폴리오 재편은 분기결산 실적발표 이전에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을 바탕으로 이뤄져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해지면서 결산 시점을 전후로 급격한 포트폴리오 교체가 일어날 수밖에 없어 시장 교란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대책마련 위해 ‘잰걸음’=제도 시행 초기에는 기업과 애널리스트들이 가급적 말을 아끼는 방법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계속 회피할 수만은 없다. 현재 대책마련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기업의 경우 금융감독원 담당자를 초빙해 강의를 듣는 등 내부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한 자주 받는 질문에 대한 ‘매뉴얼’을 준비하고 대기업의 경우에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동시에 정보제공이 가능하도록 추가 인력 확보도 검토중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앞으로 정보획득 노력보다는 경제변수 등에 대한 분석 작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당분간은 추정이 어려운 월별 기업 실적 추정자료들은 만들지 않을 계획이다. 개인들은 향후 루머성 재료에 의한 투자가 줄어들게 될 것이므로 이에 맞는 새로운 투자전략을 짜는데 고심해야 할 상황이다.

 조용백 대신경제연구소 이사는 “공정공시제도는 취지는 좋지만 역효과에 대한 우려감도 높다”며 “이해관계자들이 어떻게 대처해 나가느냐에 제도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말했다.

 <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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