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적한 공장으로 오세요.’
70∼80년대까지만 해도 높은 공장 굴뚝들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던 구로동과 영등포 일대가 최첨단 시설을 완비한 미래형 공장들로 화려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좁은 골목길, 쾌쾌한 분위기의 허름한 공동주택, 저녁때만 되면 인적이 끊기는 거리로 대변되던 이들 지역이 첨단 설계와 시공 방식으로 세워진 시원한 마천루와 사람들로 붐비는 상공업지역으로 새롭게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 새로운 물결을 선도하는 명물은 바로 아파트형 공장. 이 지역에 설립된 공장은 공장이라기보다 사무용 건물이나 상업용 건물로 보는 게 마땅할 것으로 보인다.
보통 7∼8층, 높게는 10∼20층에 달하는 이들 아파트형 공장은 우선 분양 선전물에 쓰인 광고 문구부터 다르다. ‘입주민의 생활을 편리하게’ ‘빠른 쾌속 교통망’ ‘일맛나는 쾌적한 근무환경’ ‘차원높은 21세기형 생산 공간’ 등 얼핏보면 강남· 종로 등 주도심권 사무실 임대 광고 문구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이런 배경에는 아파트형 공장이 들어선 대부분의 지역이 구로·영등포·안산지역 공단들로 굴뚝공장들을 부수고 새로운 첨단 산업을 유치, 적극적으로 육성한다는 정부와 민간사업자들의 공감대가 있었다. 특히 이들 옛 공단지역이 아파트형 공장 설립과 동시에 주거 및 사업 여건을 포함한 주변환경 개선 사업을 펼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주변에 잘 닦인 산업도로, 국철 및 지하철망, 공단조성에 따른 집적화 등 외적인 주변 여건은 아파트형 공장 입주에 유리한 요건으로 자리잡고 있다. 입주민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대형할인매장과 공원 등의 생활 근린시설들도 입주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요인이다.
하지만 아파트형 공장이 갖는 장점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생산 설비와 제품 운송을 위한 엘리베이터와 승객용 엘리베이터 분리 설치, 쾌적한 환경 조성을 위한 고급 바닥마감재, 단열과 방음 효과가 우수한 벽 구조, 반투명 복층 유리공법을 도입한 현대식 내외관 등은 공장과 아파트의 경계를 무색하게 만든다.
일할 맛 나는 쾌적한 근무환경은 싸고 저렴한 분양가와 함께 아파트형 공장들이 내세운 차별점이라는 것이다.
아파트형 공장에 근무하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점심식사 후 전망 좋은 옥상정원이나 녹지 공간에서 가질 수 있는 잠깐 동안의 여유를 불과 10년 전에 누가 감히 꿈꿀 수나 있었겠느냐”며 “업무 효율과 성취도 측면에서도 아파트형 공장이 갖고 있는 장점은 많다”고 말한다.
한편 공장정보사이트 공장114(http://www.factory114.net)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건설 중에 있거나 이미 건설된 아파트형 공장수는 78개, 동수로는 116개동에 이르며 모두 3200여개 중소제조업체들이 입주하고나 예정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태기자 runr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