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PC업계가 메모리가격 폭등으로 인한 원가부담 상승으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자금여력이 없는 중소업체들은 원가부담 상승을 곧바로 가격에 반영할 방침인 반면 대기업들은 추세를 더 지켜보겠다는 계획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DDR램 폭등과 이에 따른 그래픽카드 가격인상, HDD부품 수급불안 등 부품 인상요인과 환율마저 전달에 비해 50원 가까이 상승, 5% 이상 원가가 상승했다.
이에 따라 자금여력이 없는 중소업체들은 다음달부터 PC가격을 인상, 원가부담을 덜겠다는 계획이다. 주연테크·현대멀티캡·세이퍼컴퓨터 등 중견PC업체들은 현물시장에서 부품을 수시로 구매해오고 있어 이번 현물가 인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어 PC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부품업체들과 부품 공급 장기계약을 체결한 삼성전자·삼보컴퓨터·LGIBM 등 대형 PC업체들은 현물가 인상 부담이 중견 PC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어 당장 PC가격을 인상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주연테크컴퓨터(대표 송시몬)는 다음달 DDR메모리 가격인상 및 그래픽, HDD 가격인상에 따라 적게는 2만∼3만원, 많게는 4만∼5만원까지 PC본체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부품가격 상승으로 부품 상승폭만큼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라며 “다만 LCD모니터의 경우 유일하게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만큼 LCD모니터가 포함된 PC패키지 제품은 가격 상승폭이 적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이퍼컴퓨터(대표 박종진)도 다음달 데스크톱PC 가격을 소폭 인상키로 방침을 정하고 가격 인상폭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품업체들과 막바지 협상을 진행중이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현재 부품 및 환율 인상폭을 감안하면 데스크톱PC의 경우 최소 3만∼4만원에서 많게는 5만∼6만원 정도의 인상요인이 발생했다”며 “11월 PC공급가에 이를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멀티캡도 다음달 PC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가격 책정에 고심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물가 폭등이 다음달까지 이어질 경우 메이저 PC업체들도 가격인상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PC시장이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러한 가격인상은 연말 PC성수기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메모리시장의 주력제품인 PC2100 규격의 삼성전자 256MB DDR 모듈 가격은 10월초 7만원대를 돌파한 데 이어 최근 9만5000원대까지 가격이 폭등했으며 HDD는 한달새 3∼5%, 그래픽카드도 3% 정도 인상된 상태다. 국내 PC가격은 지난 2월 메모리, LCD 등 주요 부품가격 인상과 환율인상에 따라 한 차례 올랐으나 그 이후로는 내림세를 지속해왔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