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완영 아이엠알아이 회장 jamseu@imri.co.kr
최근 들어 북한이 행한 일련의 조치들은 경협에 참여하고 있는 남한 기업관계자들을 당혹스럽게 한다. 7·1 경제개선조치라든지, 신의주특구 지정 등 이전에 생각했던 북한으로서는 전혀 보여줄 수 없는 일들이 지금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일들은 지금 진행중이거나 계획단계에 있기 때문에 그 결과에 대해 섣부른 판단을 내릴 수는 없다. 잘 진행되고 있다고 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다양한 주장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지금으로부터 꼭 한달전 평양을 방문하였다. 필자가 소속된 회사는 북한에서 컴퓨터모니터 공장과 발포수지 공장을 운영하고 있어 평양에 들어갈 기회가 자주 있고, 이번에도 업무 협의차 방북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실제 사업협의보다는 정말 북한이 변하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더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예전에는 무심히 보고 지나친 부분들도 다시 한번 들여다보게 되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북한 특히 평양은 변화를 보이고 있었다. 그 결과나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이나 방향들을 예측하기는 아직 어렵지만 분명 이전과는 다른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거리의 모습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없던 매대가 보였다. 물론 이 매대는 7·1조치가 발표되기 이전인, 정확하게 말하자면 북한이 아리랑축전 때부터 있던 것이다. 그때 설치된 것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때보다 훨씬 많은 종류의 더 많은 물건들이 진열되고 있었고 판매하고 있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각 업소들이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 매대 운영에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일반 상품을 판매하는 점원들에게서도 다른 모습을 보았다. 상품 가격을 흥정하는가 하면, 깎아주기도 하였다. 고려호텔에 있던 서점의 판매원은 “지난번에 한국에서 오신 손님은 책을 여섯 상자나 사가셨는데, 손님도 필요한 책이 있으시면 구해다주겠다”고 하면서 판매에 매우 적극적이었다. 이전과는 분명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기업소를 운영하는 사람들에게서도 변화를 보았다. 모니터 임가공 사업을 담당하는 회사의 책임자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지금은 지표(목표)를 달성한 초과분에 대해서는 초과 달성분의 70%를 확대 재생산하는 데 사용한다. 그러니 우리 기업도 확대되고 잘 되기 위해서는 남측 기업의 사업이 더 잘 돼야 된다. 열심히 하자!”
기업에도 인센티브제를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발포수지 공장의 사장은 각 기업소에 다니면서 발포수지 제품을 홍보하고 다닌다고 했다. ‘최근 인기가 높아서 공급이 부족하니 구입하고자 하시는 분은 미리 주문해달라’는 내용과 함께 우리가 만든 발포수지(단열재)가 진열된 것도 볼 수 있었다.
정책에도 변화가 있었다. 대남 경제협력 사업을 총괄하는 민족경제협력련합회(민경련)의 고위 관계자는 이제는 남한에서 경협을 수행하고 있는 기업의 권리를 보장해주겠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뿐만 아니라 “기업은 이윤을 보장해주어야만 따라온다. 우리도 이제는 남쪽 기업들에 이윤을 보장해줄 것”이라는 말도 곁들여 주위를 놀라게 했다.
한마디로 시장경제의 원리를 도입한 것이다. 기업의 기본적 생존목적인 이윤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했다는 것이 이전과 분명 달라진 모습이다. 물론 이러한 것만 가지고 북한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고 확언할 수는 없지만, 북한에 예전과는 분명히 다른 흐름이 존재하고 있다고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러한 변화의 흐름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느낌도 들었다.
어떻게 보면 지금이 시작인 것이다. 그렇기에 가장 중요한 시기일 수 있다. 시작이 절반이다. 지금의 시작이 잘 풀리면 좋은 결과를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도가 좋은 결과를 가져와야 북한의 문이 좀더 활짝 열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그런 바람으로 북한의 변화를 좀더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