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에 도전한다>(9)P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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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대 싸이버뱅크

 HP(대표 칼리 피오리나 http://www.hp.com)는 개인휴대단말기(PDA)업계의 최강자다. 팜 등 경쟁업체들이 중저가 제품을 기반으로 시장점유율을 늘려가는 동안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전문가 집단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마케팅을 펴 고급브랜드 이미지를 쌓았다. 이 때문에 HP는 판매량에서는 비록 팜에 뒤지지만 매출은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IDC에 따르면 HP는 상반기에 43만2000대를 판매, 16.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지난 2000년 4.8%에 불과했던 시장점유율이 2년만에 4배 가까운 높은 성장률을 보인 것이다.

 이에 비해 싸이버뱅크(대표 조영선 http://www.cb.co.kr)는 국내 시장에서 최근 이동통신 기능을 내장한 PDA폰으로 제이텔과 HP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싸이버뱅크는 올 3분기에 2만2000대의 PDA를 판매해 1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1만1000대(60억원)에 그친 HP를 따돌렸다. 싸이버뱅크는 통신기능을 강화한 신제품을 이동전화사업자와 연계해 판매하면서 부동의 1위 HP를 몰아내고 업계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싸이버뱅크의 작은 반란이 매머드급 태풍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찻잔속의 태풍으로 끝날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나다 퇴출시킨 아이팩=HP는 지난 5월 컴팩을 통합하면서 PDA 사업에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HP는 컴팩과 합병하면서 자사의 PDA 브랜드인 ‘조나다’을 없애고 컴팩의 ’아이팩(iPAC)’을 통합 브랜드로 내세웠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아이팩을 선택함으로써 PDA의 사업을 배가시키려는 의도였다. 양사의 통합 시장점유율도 16% 수준으로 높아졌다. 지난해 아이팩은 세계시장에 1300만대를 공급해 시장점유율 9.8%를 기록한 반면 조나다는 700만대(5.4%) 공급에 그쳤다. IDC 케빈 버튼 연구원은 “통합 HP가 PDA 시장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올해 시장점유율 2위 업체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P가 모바일로 대변되는 향후 컴퓨팅 환경의 핵심 제품을 아이팩으로 결정하면서부터 현재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팜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특히 아이팩은 지난해 팜보다 2∼3배 비싼 가격으로 175% 가량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반면 팜은 10% 가량 떨어져 역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분기 현재 HP는 16.5%, 팜은 33.2%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HP는 아이팩이 고가임도 잘 팔리는 이유를 개인보다 고객 시장을 타깃으로 고가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아이팩은 보험 등 기업시장에서 모바일 기능에 역점을 두면서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환경에 적합한 휴대형 PC 브랜드로 인기가 높다. HP가 컴팩과 PC 사업을 통합하면서 자사 브랜드(조나단)을 버리고 컴팩의 브랜드(아이팩)를 선택한 것도 PDA 최대 시장인 기업 시장에서 아이팩의 브랜드 인지도가 조나단을 크게 앞질렀기 때문이다.

 ◇싸이버뱅크 ‘아이팩 비켜라’=싸이버뱅크는 국내 시장에서 무선통신 기능을 강화한 PDA(포즈)로 제이텔·HP의 양강구도의 판도를 변화시켰다. 싸이버뱅크는 3분기에 50만대의 고가 PDA폰을 앞세워 2만2000대를 판매, 국내 시장의 1위 업체로 도약했다. HP는 같은 기간에 1만1000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싸이버뱅크의 도약은 이동전화사업자들이 PDA 사업을 강화하면서 시작됐다. 싸이버뱅크는 내장형 무선통신 기술을 인정받아 SK텔레콤·KTF·LG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에 PDA 공급업체로 선정된 데 이어 KT의 모바일 무선랜 사업자로도 낙점받았다.

 싸이버뱅크는 국내 이동전화단말기 시장에서 모토로라가 삼성전자에 밀려났듯 PDA 시장에선 HP가 싸이버뱅크에 무릎을 꿇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싸이버뱅크 이승현 팀장은 “이동통신 기능을 지원하는 PDA는 싸이버뱅크가 세계 최강”이라며 “앞으로 PDA를 넘어 이동전화단말기와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싸이버뱅크는 최근 이동전화단말기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카메라폰의 카메라를 PDA에 장착한 제품을 준비중이다. 이동전화단말기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노키아·삼성전자 등 세계적인 이동전화단말기업체들이 차세대 전략상품으로 육성중인 스마트폰 시장을 겨냥한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올 연말 중국을 시작으로 해외시장도 두드릴 작정이다. 국내 시장만으론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을 발판으로 팜 ·HP 등 세계적인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PDA 전문업체로 성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엔터프라이즈 대 모바일의 대결=아직까지 양사는 국내를 제외하곤 세계 시장에서 직접 부딪치고 있지 않아 절대 비교가 어렵다. HP가 브랜드나 시장점유율은 싸이버뱅크에 크게 앞서지만 싸이버뱅크는 한국 이동전화의 강점을 앞세워 성장잠재력이 높은 게 사실이다.

 HP는 기업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인 반면 싸이버뱅크는 무선통신의 최강자다. 향후 PDA 시장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양사의 운명은 크게 엇갈릴 전망이다. PC에 뿌리를 둔 PDA(HP)가 세계 시장을 호령할지 아니면 이동전화단말기와 접목을 시도하는 PDA(싸이버뱅크)가 도약할지 승부는 이제부터다.

국내 PDA업체들이 내수시장에서 HP 등 외국계 업체들을 압도하면서 한국 PDA의 자신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동전화 기능을 앞세워 PDA의 차세대 선두주자로 나선 싸이버뱅크는 “HP를 넘어설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반면 HP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고 압축하면서도 국내 PDA업체들의 성장에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다. 과연 국내 PDA업체가 메이저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까. HP가 평가하는 싸이버뱅크와 역으로 싸이버뱅크가 바라보는 HP의 장단점을 통해 그 가능성을 가늠해 본다.

 HP는 싸이버뱅크가 개인시장에서 저가모델로 예상보다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 시장 특유의 이동전화 기능을 앞세워 내수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높여가고 있다는 것. 소비자들의 요구를 제품에 빠르게 반영하는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벤처기업의 특성상 의사결정이 빨라 타임투마켓(시장이 요구하는 제품을 적시에 공급하는 것) 능력이 HP보다 앞서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 세계 시장 공략에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싸이버뱅크가 통신기능 등 로컬 시장에 맞는 제품은 잘 만들어내지만 세계화는 아직 멀었다는 평가다. 또 통신 기능이 강한 만큼 멀티미디어 기능은 취약하다는 것을 단점으로 지적했다. 싸이버뱅크가 로컬 시장만에 치중하다보니 이동전화 기능에 비해 확장성이나 멀티미디어 기능은 세계 수준에 크게 뒤처졌다는 게 HP의 견해다.

 반면 싸이버뱅크는 HP의 최대 강점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꼽았다. PC 시장에서 쌓은 HP의 브랜드 인지도가 PDA 시장에서도 그대로 적용됨에 따라 제품력외에 ‘+α’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것이다. 아웃소싱 물량이 많아 매출에 비해 연구개발(R&D) 비용이 적다는 것도 강점이다. HP는 대만과 한국 등 세계 여러곳에서 OEM으로 제품을 공급받아 아이팩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다. 아웃소싱이 많다보니 기종도 다양하다.

 이에 비해 이동전화 관련 기술이 부족하고 로컬라이제이션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싸이버뱅크에 뒤지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 마케팅 등 대규모로 사업을 벌이기 때문에 1모델당 100만대 이상을 팔아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어 실패시 비용부담이 크다는 것도 약점으로 지목됐다.

■싸이버뱅크 조영선 사장 

 ‘연구개발(R&D)로 승부한다.’

 최근 싸이버뱅크는 PDA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도 20여명의 R&D 인력을 충원해 관심을 모았다.

 싸이버뱅크의 조영선 사장(41)은 “올해 흑자전환이 확실시되고, 신제품을 적시에 내놓기 위해 R&D 부문을 보강했다”며 “이동전화 기능을 강화한 다양한 PDA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 사장은 “올해는 PDA폰의 매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세계적인 업체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며 “내년에는 무선 PDA 제품군을 강화하고 중국 등 세계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조 사장은 삼성전자가 국내 이동전화단말기 시장에서 모토로라를 누르고 세계적인 메이저업체로 도약했듯이 PDA 분야에서는 싸이버뱅크가 ‘애니콜 신화’의 주인공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HP 이홍구 전무

 `내수시장 1위 탈환한다.’

 한국HP는 이동전화 기능을 지원하는 PDA를 내놓지 못한 데다 HP와 컴팩의 통합작업으로 신제품이 지연되면서 3분기에 크게 고전했다.

 한국HP 이홍구 전무(45)는 “4분기에는 통합작업이 마무리되고 무선기능을 강화한 신제품도 출시해 실지회복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애플리케이션과 확장성은 HP를 따라올 PDA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전무는 “올해 PDA 시장을 27만대로 예상하고 윈도CE를 탑재한 제품이 6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할 것”이라며 “HP가 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자신했다.

 이 전무는 “일반소비자들이 처음에는 80만원대의 아이팩을 사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게 사실이지만 PDA를 사용해 본 사용자들은 단말기 교체 때 확장성과 멀티미디어 기능이 뛰어난 HP를 선택하고 있다”며 “기업시장의 영업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면서 교체 수요를 중심으로 개인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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