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물량경쟁 정력 낭비 해외 출원땐 기운 못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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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대기업들이 다출원 물량 경쟁에만 치우쳐 정작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는 경쟁력을 잃고 있다.’

 29일 특허청 주최로 열리는 ‘특허협력조약(PCT) 국제출원 설명회’에서 박윤성 특허청 출원과 심사관이 준비한 ‘해외 특허출원 전략과 PCT’라는 주제발표문의 요지다.

 박 심사관은 “우리 대기업들은 국내 출원 시 다출원 물량 경쟁에만 치우친 무전략·무원칙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특히 국내에 출원한 특허 중에서 미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경제적·전략적 가치가 있는 기술은 극소수”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포항제철은 국내 출원이 2692건에 달했으나 미국 출원은 전체의 0.55%에 불과한 15건에 그쳤으며, 기아자동차는 1068건의 국내 출원 중 1.6%인 16건만을 미국에 출원하는 등 출원률이 저조했다.

 LG전자는 7152건의 국내 출원 가운데 8%에 못미치는 540건을 미국에 출원했으며 하이닉스반도체는 3306건 가운데 101건을, 현대자동차는 4189건 가운데 100건만을 출원하는 데 그쳤다.

 특히 외국에서의 특허 획득 가능성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PCT 국제출원은 삼성전자 81건, LG전자 71건, 하이닉스반도체 3건 등이며 이들 3사를 제외하고는 삼성전기·현대자동차·LG필립스LCD·삼성SDI·삼성광주전자·기아자동차·만도·대우전자 등 8개 국내 유명업체들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박 심사관은 이와는 대조적으로 독일 등 유럽 기업들은 지역 출원 시에도 개발된 모든 기술을 물량 위주가 아닌 전략적 토대 위에서 선별적으로 출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의 지멘스나 보쉬·BASF·바이에르 등은 국내 출원건과 미국 출원건간 큰 차이가 없었으며 스위스의 노바티스는 오히려 미국 출원건보다 PCT 출원건이 앞서는 등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박 심사관은 “국내 기업의 특허출원 관행은 저비용·고효율의 특허경영을 추구하고 있는 유럽 기업과는 달리 특허관리전략이나 특허경영전략이 결여된 고비용·저효율의 경영구조를 답보하고 있다”며 “우리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선진화된 특허경영전략과 적극적인 PCT제도 활용 등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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