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업체 `적과의 동침`

그간 과당경쟁으로 얼룩졌던 네트워크업계에 협력분위기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초고속인터넷장비·DWDM장비·네트워크통합(NI) 관련 업체들은 지금까지의 독자적인 사업전개에서 벗어나 최근 경쟁업체와 손잡고 제품개발 및 마케팅에 공동으로 나서는 등 협력 바람이 일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올들어 네트워크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종전처럼 제살깎기식 경쟁이 지속될 경우 공멸을 피할 수 없다는 자체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네트워크 분야에서 경쟁업체간 협력은 네트워크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의 하나로 지적돼온 저가수주 경쟁과 업체간 중복·과다투자 문제를 해소하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빈사상태에 있는 국내 네트워크산업을 활성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초고속인터넷장비 생산업체인 현대네트웍스(대표 박승철)와 라이온텍(대표 조두현)은 최근 중국 비즈니스를 공동으로 추진하자는 데 전격 합의했다. 이번 제휴로 현대네트웍스는 중국 현지 거래업체에 라이온텍의 제품을 공급하고 공동으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는 새로운 협력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번 제휴는 양사의 주력 제품군이 비슷해 해외시장에서 과당경쟁을 벌일 경우 서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정보공유 및 역할분담을 통해 중국에서의 사업을 확대해 나가는 데 적극 협력키로 했다.

 머큐리(대표 김진찬)도 벤처기업인 레텍커뮤니케이션(대표 임대희)과 공동으로 제품 개발 및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면서 외산장비 일색이던 국내 DWDM장비 시장에서 국산 장비를 공급하는 성과를 올렸다.

 또 콤텍시스템(대표 남석우)과 파이오링크(대표 문홍주)는 지난 3월부터 대용량 L4 스위치의 공동 개발에 착수해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국산 기술로 기가급 L4 스위치가 개발될 경우 그동안 노텔네트웍스와 시스코시스템스 등을 중심으로 형성된 국내 L4 시장에도 큰 변화를 몰고올 전망이다. 두 회사는 공동 제품개발로 기술공유 및 개발비용 절감의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NI 분야에서는 최근 삼성네트웍스(대표 박양규)와 콤텍시스템·인네트(대표 강영석)·에스넷시스템(대표 박효대) 등 4개 업체가 업무제휴에 합의, 영업·기술·솔루션의 노하우의 공유는 물론 시스템구축 기술지원을 비롯해 신규시장 개척, 음성데이터통합(VoIP), 가상사설망(VPN) 솔루션의 영업 등을 공동으로 추진키로 했다.

 이처럼 네트워크 분야 업체간 업무제휴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월 주요 네트워크장비 업체와 국책연구기관 관계자 17명이 참여해 설립한 ‘네트워크산업 경쟁력 강화 대책위원회’에서도 산하에 기술개발기획 및 공동구매기획분과위원회를 구성, 업체간 공동연구 및 기술제휴 활성화를 적극 유도하고 있어 출혈경쟁으로 채산성 악화에 내몰리고 있는 네트워크업계간 협력을 확산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