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이를 경영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AOL과 타임워너의 합병도 인터넷을 통한 자사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서 생성된 결과물이다. 독일의 미디어그룹인 베르텔스만(http://www.bertelsmann.com)은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사이트맵·e메일·쇼핑으로 바로 이어지도록 아이콘을 설정했다. 주로 이미지를 사용해 자사 소속의 ‘반스&노블(Barnes&Noble)’ 홈페이지나 기타 다른 사이트로 바로 들어가 다양한 자사 제품을 구입하도록 운영하고 있다.
특히 미국·유럽·아시아에서 책이나 기타 출판물을 구입할 수 있도록 쇼핑몰을 지역별로 세분화해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잡지·책·음악·영화까지 모든 형태의 문화상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의 발전은 미디어기업의 경영전략에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잡지영역에서 새로 등장한 것은 바로 웹진(webzine)이란 전자잡지의 형태다. 이는 활자로 인쇄된 잡지가 아니기 때문에 종이값·인쇄비 등 제작비가 들지 않고, 책값의 40%에 달하는 유통·물류비까지 절약되므로 가격면에서 무한한 경쟁력이 있다.
이런 웹진의 열풍으로 인해 국내외 잡지사들은 인터넷이 확산되기 시작한 90년대 중반부터 인터넷을 활용해 단순히 홍보나 판매에 이용하기보다는 웹진을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 독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웹진이란 무엇인가. 웹진은 웹(web)과 매거진(magazine)의 합성어로 신조어다. 말 그대로 인터넷상에 존재하는 잡지 형태의 매체를 뜻한다. 즉 웹상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홈페이지와 주기적으로 새로운 기사를 제공하는 잡지의 성격이 결합되면서 나타난 것이 웹진이다. 따라서 인터넷에서 주기적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하는 주제를 지닌 홈페이지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 상업적 목적이 배제된 순수 의미의 웹진이 선보이기 시작한 것은 96년 문화비평 사이트 ‘스키조’의 창간 이후로 알려져 있다. 이후 인터넷 서비스업체를 중심으로 잇따라 웹진이 창간되기 시작했는데 97년 한해 동안은 양적인 증가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 시기에 창간된 분야는 영화·자동차·여행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있다.
98년에는 사회(패러디·비평) 분야의 웹진 창간이 두드러졌다. 이들 웹진은 풍자·패러디 등을 통해 사회현실을 비판하거나 우스꽝스럽고 신랄한 문장과 해학을 주무기로 내세운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외에도 엔터테인먼트(연예·음악), 컴퓨터(컴퓨터·게임), 예술, 문화(영화·만화) 등을 비롯해 환경·청소년 등 사회적으로 대두되는 문제를 주제로 삼는 웹진의 등장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에는 요리·생활문화·지역문화·성지식 등 보다 광범위하고 다양한 분야로 주제가 확산되는 경향이다. 동성애 ‘버디’, 여성전용 ‘룰루’ 등에 이르기까지 주제와 성격·내용이 세분화·전문화되는 단계에 이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 정당에서도 웹진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최초의 웹진인 스키조를 비롯한 기존의 대표적인 웹진이 서비스가 중단된 상태다.
이를 종합해보면 96년은 웹진 창간의 태동기, 97∼98년은 움직임이 본격화·구체화됐던 시기라 할 수 있다. 이후부터는 과도기적인 의미로 양적인 증가와 함께 다양화·대중화되는 양상이 전개됐다.
한편 세계 최초의 웹진은 94년 미국에서 창간된 ‘핫와이어드(Hotwired)’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에 앞서 ‘몬도(Mondo)2000’이라는 잡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잡지는 92년 최초로 새로운 주변을 위한 사이버공간을 논의한 계간지 형태로 발행됐지만 95년 14호를 끝으로 폐간됐다. 몬도2000은 주류의 유통방식을 거부하고 사이버 펑크라는 새로운 개념을 처음으로 공식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사이버시대를 최초로 공론화시킨 선구자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러한 몬도2000의 영향으로 세계 최초로 발행된 웹진이 핫와이어드다. 핫와이어드는 ‘와이어드’ ‘칵테일’ ‘네티즌’ 등을 포함해 서로 다른 11개의 잡지 목록을 포괄하고 있으며, 99년 5월 25만부의 발행부수를 기록했다. 핫와이어드 이후 ‘보잉보잉’ ‘석’ 등이 나왔는데 보잉보잉은 88년 활자매체로 약 1500부씩 팔리던 잡지다. 샌프란시스코의 히피 BBS로 알려진 웹에서 태동했고 지금도 거기서 활동한다는 점에서 몬도2000과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
이들 웹진이 미국 서부문화를 배경으로 한 것이라면 동부를 배경으로 한 것도 있다. ‘에코’ ‘워드’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히피적이라기보다는 진지함이 돋보이는 사이버공간이다. 그 후 매년 급속한 발전을 거듭해 무수한 웹진이 활발한 운영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것은 ‘슬레이트’ ‘살롱’ 등이다.
마이크로소프트에 의해 제작되고 있는 ‘슬레이트’는 인터넷에서도 자본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주고 있으며, 상업적이고 선정적이다. 몇 백만달러를 들여 영입한 시사 정치평론가 마이클 린슬러의 주도 아래 95년부터 서비스되기 시작한 이 사이트는 간편하고 품위있는 인터페이스와 사용자 중심의 게시판 등을 제공하면서 CNN 뉴스속보 사이트에 육박하는 히트 수를 보이고 있다.
웹진이 갖는 가장 큰 장점은 기존 인쇄잡지에 비해 약간의 자본과 기술만으로도 누구나 자신의 관심영역을 사이버공간을 통해 공론화시키고, 이용자의 참여를 통해 더욱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보았듯이 10대들을 위한 웹진, 페미니스트나 교사들을 위한 웹진, 동성애 웹진, 언더그라운드 음악 웹진 등 기존의 인쇄잡지에서 볼 수 없었던 영역의 웹진들이 활성화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또한 활자매체와는 달리 웹진은 지속적인 보완과 수정이 가능하며 지면의 구속도 없다. 또 하이퍼텍스트 기술을 이용해 다양성과 심층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장점을 갖췄다.
이처럼 생산의 무제한성과 소재의 다양성, 주장과 참여의 자유로움을 갖고 있는 웹진은 다음과 같이 크게 네 가지로 그 형태를 구분할 수 있다.
첫째, 기존 대기업 언론매체가 인터넷상에서 운영하는 웹진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신문·방송·잡지 등 기존 언론매체들이 기존에 발행 또는 방송한 내용을 재구성해 서비스하는 경우나 웹진만을 독립적인 정보로 내용을 새롭게 구성하는 경우다. 전자는 엄격히 말해 웹진으로 분류할 수 없다. 주간조선의 인터넷서비스가 여기에 속한다. 그러나 ‘시네마 조선’ ‘클릭뮤직 조선’ ‘트래블 조선’ ‘무비라인(마이다스 동아일보)’ 등은 후자에 속하는 것으로 웹진으로 보아야 한다. MBC 역시 인쇄매체로 발간되는 사외보인 ‘MBC 가이드’를 홈페이지에 링크하는 한편 스타·음악·영화·레저 등 연예전반을 다루는 ‘NETOP’을 매월 서비스하고 있다.
둘째, 정보통신사들이 창간·운영하거나 자본을 투자하는 웹진이다. 외국의 예로 대표적인 웹진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자본을 제공하는 ‘슬레이트(http://www.slate.com)’와 애플의 ‘살롱(http://www.salon.com)’이다. 한국에는 ‘심마니’ ‘네이버’ ‘한글 알타비스타’ ‘야후코리아’ ‘천리안월드’ 등 각종 검색엔진들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자본을 대는 모기업과 특별한 연관이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증권·뉴스·날씨·스포츠경기·부동산뉴스 등 사회·문화 전반의 기사와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한다. 당초 검색 역할만 하다가 화면을 보다 효율적·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셈이다.
셋째, 국내 대기업에서 경영전략적인 목적으로 운영하는 웹진이다. 대기업들이 웹진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기존의 구태의연한 홈페이지로는 네티즌의 눈길을 끌 수 없고 △인터넷만큼 저렴하게 기업을 홍보할 수 있는 수단이 없으며 △자발적인 독자가 모이면 장기적으로 광고수입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웹진으로 신비로(현대정보기술), N진(삼성전자), 에코넷(LG) 등이 있다.
넷째 독립 웹진이다. 앞에서 설명한 유형이 대규모 자본과 상당부분 기업화된 것이라면 독립 웹진은 소규모 자본으로 창간돼 창간 주도자 또는 주도 그룹의 목적 의식에 의해 운영되는 것으로 독립적인 성격을 띤다. 따라서 내용·편집·구성은 목적의식에 의해 운영된다. 또한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하고 있으며 비상업적인 주제와 창간 목표를 지니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대개 사이버공간만의 검열과 권력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이점을 활용해 현실사회에 대한 기발한 비판을 수행하고 있는 일종의 패러디 웹진이 많다. 패러디는 현실세계 혹은 기존매체를 흉내내면서 비꼬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권위적인 이미지와 통속적인 이미지 합성을 통해 기성의 언론과 정치인의 권위를 해체하고 성과 같은 터부시되던 소재를 자유롭게 다루고 있다.
조선일보 패러디 웹진으로 등장해 주목받아온 ‘딴지일보’, 프랑스 문화만을 전하는 ‘알로’ 등 많은 독립 웹진이 창간돼 독자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웹진은 창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비용도 천차만별이다. 창간비용은 운영자가 창간에 얼마나 투자할 의향이 있는지, 기술력과 정보력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투자비용은 정확히 산출되기 힘들다. 다만 창간에 들어가는 비용은 예상 외로 적은 규모로 이같은 장점이 웹진의 다양성과 양적 발전에 디딤돌이 된다.
또 웹진들은 수익기반을 갖추고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으로 관리와 운영에 있어 자비로 해결하는 경우는 최소한의 비용을 확보하기 위한 창구로 적극적인 영업으로 배너광고를 유치하고 스폰서를 통해 수익창출을 꾀하고 있다. 현재 배너광고 및 스폰서를 확보하고 있는 것은 주로 문화·게임·만화분야다. 이외도 유료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는데 보편화된 메일진(mailzine)도 유사한 개념으로 웹진을 유료화시키는 사이트다. 즉 메일을 통해 본인에게 직접 정기적인 전자잡지를 전송하고 그에 따른 회비를 받는 방법이다. 이는 직접 맞춤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새로운 개념으로 최근에 많이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인터넷 ‘정보는 무료’라는 인식이 웹진에도 보편화돼 있다. 현재 네트워크상에는 무료로 이용 가능한 수많은 전자정보들이 있다. 인터넷상에서 웹진 및 웹데이터베이스들이 실제로 유용한 연구성과들을 연구자 및 이용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학술정보의 유통 속도가 빨라졌고 많은 사람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유용한 정보를 얻고 있는 반면 무료라는 인식은 좀처럼 변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전자 콘텐츠들이 인쇄잡지에 비해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앞으로도 계속 제공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장담할 수 없다. 지금까지는 기존 인쇄잡지들의 전자버전 가격이 낮은 편이었다. 설사 그 가격이 비싸다 해도 기본적인 인쇄잡지보다는 낮고 고가의 잡지보다는 웹진이 저렴하다.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그럴 수 있을지, 또한 어떤 것이 인쇄잡지보다 저렴할지는 불투명하다. 웹진의 무료시스템이 오래갈 것인지 여부가 웹진의 미래 향방에 중요한 관건이다.
지금까지는 인쇄잡지 옵션으로 웹진을 무료로 구독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서 웹진 구독시 추가 부담액이 크지 않았다. 또한 저자에게 저작권료를 정확하게 지불하지 않아도 됐으므로 이용 부담도 적었다. 하지만 앞으로 저작권료를 어떻게 지불하느냐와 누가 지불하느냐가 결정되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웹진이 계속 증가하겠지만 당분간은 기존 구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러 가지 주변상황을 종합해볼 때 웹진은 앞으로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는 잠재가능성이 크다. 웹진의 경제성에 대한 논의는 더욱 구체적으로 활발히 검토돼야 할 것이다.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성동규 교수 jyajang@etnews.co.kr>
<저자약력>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영국 러프버러대학 언론학 박사
한국언론재단 선임연구위원 역임
청소년보호위원회 전문위원 역임
한국방송학회 연구이사
현재 중앙대 신방과 교수 및 신문방송대학원 원장보
주요저서: 사이버커뮤니케이션, 국제커뮤니케이션의 이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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