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및 유통업계, 영업정지에 강력 반발

 28일 이동통신 3사에 내려진 영업정지 조치의 불똥은 엉뚱하게 이동통신단말기 제조 및 유통업계에 떨어졌다.

 단말기업체들이나 대리점들은 가뜩이나 소비심리의 냉각으로 단말기 신규수요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날벼락을 맞았다는 반응이며 당장 영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며 대책 마련에 골몰했다.

 ◇업계반응=단말기 제조 및 유통업계는 “영업정지는 한국 IT수출의 버팀목인 휴대폰산업의 내수기반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며 강력 반발했다. 특히 일선 유통업체들은 ‘밥줄’인 신규 가입자 확보가 원천적으로 봉쇄됨에 따라 “정부가 유통망을 붕괴시키고 있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렸다.

 또 일선 대리점들은 영업정지 조치가 발표되자마자 벌써부터 가개통 물량확보에 나서는 등 생존권 모색을 위해 또다시 편법을 동원하는 등 유통시장이 극도의 혼란에 빠지고 있다.

 한 대리점 사장은 “신규 가입자 영업정지로 대리점의 절대적 수입원인 관리수수료 매출이 큰폭으로 줄어 중소형 대리점들이 사업을 중단하는 등 일대 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단말기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지난 4월 정부가 이동통신사에 2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을 때도 월 140만대를 넘던 내수판매가 90만대 미만으로 축소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동통신사에 대한 영업정지 조치가 적용되는 향후 3개월 동안 시장수요가 4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위치기반서비스(LBS) 업계도 당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LBS플랫폼·콘텐츠·단말기업체 등 관련업체들은 SK텔레콤이 이달부터 GPS 기반 LBS서비스인 네이트GPS 상용서비스에 들어가 시장확대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마케팅에 제동이 걸렸다. SK텔레콤은 당초 올 연말까지 가입자 10만명을 유치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영업정지 처분으로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전망=단말기 제조 및 유통업계는 이번 조치로 국내 단말기 내수시장 규모가 40% 이상 급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단말기 판매량 중 영업정지 조치의 대상이 되는 신규 가입자 시장의 비중은 전체의 20%에 불과하나 영업정지 조치와 함께 단말기 보조금도 유통시장에서 사라져 구매심리는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단말기시장 판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보조금이 중단되면 단말기업체들의 순수 브랜드 인지도에 따라 판매현황이 결정돼 선두인 삼성전자로의 쏠림현상이 더욱 가속화되는 반면 중견 단말기 제조업체나 모토로라·노키아 등의 외산단말기 업체들의 고전이 예상된다.

 영업정지가 순차적으로 적용되는 단말기 유통시장은 일대 혼란이 예상된다. 사업자들의 특별한 대책이 없는 경우 중소형 대리점들의 잇따른 붕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영업정지가 순차적으로 적용되는 3개월 동안은 각 대리점들과 2차 판매점들이 정상영업을 진행하는 사업자를 따라 술렁이는 등 유통시장의 혼선이 가중될 전망이다.

 ◇대응방안=단말기 제조업체들은 기기 변경 수요를 늘리기 위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사업자들과 연계해 각종 마케팅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독자 채널을 통해 판매하는 유통 단말기도 기기변경 중심으로 바꿔 피해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얼어붙을 수요를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어서 단말기업체들은 내수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대리점들은 더욱 비상이다.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해 발만 구르고 있다. 누적 가입자가 1만∼2만명 미만인 중소형 대리점은 영업정지 기간에 직원 인건비도 건지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리점들은 영업정지가 발표되자 불법인줄 알면서도 대량의 가개통 물량 확보에 나섰으나 단말기 확보가 쉽지 않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