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관계관리(CRM) 솔루션 시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금융, 통신 등 대형 CRM 수요의 대부분을 외국계 IT기업들이 독식하는 가운데 토종 전문기업들은 중견·중소기업의 정보화 투자위축으로 어려움에 처했다.
올해 2000억원대 규모를 형성한 CRM시장에서는 국민은행·국민카드·신한금융지주회사·하나증권·삼성증권·삼성카드·농협·동부화재·제일화재 등의 대형 프로젝트를 몇몇 외국계 IT기업이 나눠가졌다. 그러나 토종 CRM업체들은 프로젝트 수주량이 크게 감소함에 따라 분사, 주력제품전환, 인력감축 등 불황에서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실정이다.
특히 대기업용 CRM시장을 과점한 외국계 IT기업들이 중견·중소기업 시장까지 넘보면서 토종업체들을 더욱 궁지로 내몰기 시작했다.
실제 전사적자원관리(ERP)로부터 CRM, 공급망관리(SCM)솔루션을 꾸러미로 묶어 공급하는 SAP코리아는 기존 제품보다 40% 가량 저렴한 중견·중소기업용 솔루션을 앞세워 시장공략에 나선다. 한국오라클도 1년여 전부터 중견·중소기업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공급하는 한편 로커스와 함께 콜센터 기반 CRM시장에서 프로젝트를 잇따라 수주하는 등 토종업체들의 영역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또한 한국IBM, 한국HP, LG히다찌 등이 하드웨어와 컨설팅을 포함한 CRM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올해만 1000억원 상당의 매출고를 올릴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NCR테라데이타도 국내 50대 기업에 속한 금융·통신업체의 데이터웨어하우스(DW) 및 CRM 영업에 집중하면서 550억원 상당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이와 달리 유니보스는 통신단말기업체인 아이젠텍에 CRM 영업권을 매각했고 이네트는 주력사업을 컴포넌트기반개발(CBD) 비즈니스웨어로 전환하는 등 토종기업들의 CRM사업이 위축되는 경향이다.
위세아이텍도 분석형 CRM시장수요가 한국NCR테라데이타를 비롯한 대형 IT기업으로 몰리면서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또 씨씨미디어는 아이티플러스에 피인수되는 등 당분간 토종 CRM업계의 구조조정작업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