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HP와 삼성전자가 장악해온 잉크젯 프린터 시장에서 판도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잉크젯 프린터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 1, 2위를 고수하던 한국HP와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동안 판매량이 상당폭 줄어든 반면 신규참여 업체인 롯데캐논과 한국엡손은 대폭 늘어났다.
이는 삼성전자와 한국HP가 마진이 높은 잉크젯 복합기 판매에 집중하면서 잉크젯 프린터 영업이 상대적으로 소홀해진 데다 신규참여사들이 저가정책을 무기로 확판에 주력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업계 자체집계에 따르면 잉크젯 프린터 시장에서 1위와 2위를 고수하고 있는 한국HP와 삼성전자는 각각 지난 3분기 판매량이 지난 2분기보다 3만대 안팎씩 줄었다. 한국HP는 올 3분기에 A3 규격을 지원하는 잉크젯 프린터를 포함, 총 16만대를 판매해 2분기보다 2만8000대 가량 줄어들었다. 삼성전자도 지난 3분기에 잉크젯 프린터 판매량이 총 12만1000여대로 2분기보다 3만2000대 가량 줄었다. 이에 따라 40만대로 추산되는 3분기 전체 잉크젯 프린터 시장에서 한국HP는 38∼40%의 점유율을 기록했으며 삼성전자는 2분기 38.4%에서 3분기에는 35.4%로 3%포인트 떨졌다.
이들 선두업체의 판매량 하락과는 대조적으로 한국엡손과 롯데캐논은 10만원 미만의 보급형 잉크젯 프린터를 중심으로 판매량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한국엡손은 보급형 프린터 스타일러스 C41의 개별판매, PC와 묶어파는 번들판매가 호조를 누리면서 3분기 판매량이 삼성전자와 비슷한 12만대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롯데캐논도 PC 번들 프린터 물량이 늘어나 올 3분기 동안 S100SP 모델 한 기종만으로 5만7000대까지 판매했다고 밝혔다. 지난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3만대 정도의 판매량에 머물렀던 롯데캐논은 3분기에만 판매량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나 시장점유율이 15%선에 이르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잉크젯 프린터시장의 재편까지도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HP와 삼성전자가 사업중심을 이익폭이 적은 잉크젯 프린터에서 신규 유망상품인 잉크젯 복합기로 옮기고 있는 데다 10만원 미만의 보급형 잉크젯 프린터의 가격을 더이상 떨어뜨리지 않는다는 정책을 계속 유지한다면 저가공세를 취하고 있는 후발사들의 추격을 뿌리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럴 경우 잉크젯 프린터시장은 한국HP·삼성전자 양강체제에서 한국엡손과 롯데캐논이 가세한 4강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