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을 기점으로 전세계 인터넷주소관리기구인 ICANN(Internet Corporation for Assigned Names and Numbers)의 운영방식에 적지않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8일부터 4일간의 일정으로 중국 상하이 푸동지구 국제컨벤션센터에서 400여명의 전문가가 참석한 가운데 개막된 ICANN회의에서 조직의 활동범위와 운영방식 등 ICANN 조직개편안이 핵심쟁점으로 부각된 가운데 30일 오전 전체회의를 거쳐 오는 12월에 열릴 암스테르담 회의에서 새로운 정관으로 공식 인준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달초 ICANN이 발표한 공식 제안서의 골자는 그동안 일반 인터넷 사용자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유일한 통로였던 ‘앳라지(At Large)’의 이사회 참여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고 3개 운영기구(DNSO, ASO, PSO) 중 PSO를 자문기구로 격하시키는 한편 이들 운영기구의 이사회 참여인원을 각 3명에서 2명으로 줄이는 등 중앙집권화를 지향하고 있다.
특히 총 19명의 이사회 인원을 15명으로 줄이고 이사회의 인준으로 구성되는 선거위원회(Nomination Committee)를 통해 간접선거방식으로 8명의 이사회 임원을 선출토록 하는 등 인터넷의 기본정신에 위배되는 비민주적인 선거방식을 도입해 각 운영기구들로부터 조직적인 반발을 사고 있다.
또 각국의 국가도메인(ccTLD) 운영기구(NIC)를 DNSO로부터 분리, 3대 운영기구의 하나인 SO로 포함시키고 이들과의 개별계약을 추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국가별로 자율적으로 운영돼온 국가도메인에까지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노골화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이런 시도가 현재의 정액제 방식의 운영비 납입구조를 도메인등록숫자에 따라 부여함으로써 운영자금을 늘리려는 시도와 맞물려 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밖에도 ICANN의 활동범위를 도메인 등록 운영과 IP주소 할당 및 루트서버 관리 등 기술적인 부분을 뛰어넘어 인터넷 전체의 정책적인 부분으로까지 확장하려는 의도를 정관에 담음으로써 산하 운영기구에 참여중인 ITU-T, IETF 등으로부터도 적지않은 반대에 부딪치고 있다.
한편 미국 상무성의 지원을 받고 있는 ICANN과 이사회 임원들은 이 권고안의 핵심 골격대로 정관을 확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번 회의를 기점으로 하부 운영기구에 참여해온 인터넷 전문가그룹 및 자문기구들의 조직적인 반발과 더 나아가 대대적인 조직이탈도 우려되고 있다.
세계 인터넷주소는 초기에 남가주대학의 존 포스텔(Jon Postel)이 미군사관련 기관인 ARPA의 지원을 받아 구성한 IANA(Internet Assigned Numbers Authority)를 통해 관리됐다. 그러나 98년 미정부가 독자적인 관리기구인 ICANN을 상무성 산하에 설립토록 종용함으로써 현재와 같은 구조를 갖추게 됐다.
그동안 ICANN은 도메인네임시스템(DNS) 운영, IP주소 공간의 할당, 루트서버 시스템의 관리, 프로토콜 번호의 지정 등 인터넷주소자원 운영을 담당해왔다. 이를 위해 3개의 지원기구, 즉 도메인이름지원기구(DNSO), 주소지원기구(ASO), 프로토콜지원기구(PSO)와 그 산하 조직들과 여기서 선출된 19명의 이사회를 구성해 조직을 운영해왔다.
----------------------------
<인터뷰> 스튜어트 린 ICANN 의장
(사진-0683, 0684)
-재조직을 시도하는 배경을 설명해달라.
▲운영자금 확보를 원활히 하고 의견수렴과 조직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며 각국의 국가도메인 운영조직인 NIC를 포함해 관련 국제기구들과의 파트너십을 공고히하자는 것이 기본방향이다. 일부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이사회의 권한을 강화해 전횡을 휘두르겠다는 것은 오해다.
-이번에 ICANN이 내놓은 재조직안은 설립당시의 운영방침이나 인터넷의 기본정신과 위배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ICANN은 인터넷 운영에 있어 국제적인 가교 역할을 위해 존재한다. 각국 NIC들의 국가주의적 운영방침은 ICANN이 지향해온 이런 기본정신에 어긋나지 않는 방향으로 조정될 필요가 있다. 이제 인터넷은 특정 국가의 소유물이 아니다.
-그렇다면 ICANN이 유럽과 아시아 등 타지역의 의견보다는 미국 위주로 운영되는 현실은 그런 기본정신과 상반되지 않나.
▲준 무라이 교수, 경상현 교수 등이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ICANN은 미국 이외 지역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있다. 인터넷 사용자와 관련업계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의견이라는 전제 하에서 어떤 의견도 받아들일 의지가 있다.
<상하이=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