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주가 잇단 ‘정부 규제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29일 증시에선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전날 통신위원회로부터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이동통신주들의 등락이 엇갈리며 혼전 양상을 보였다. 이달들어 IT펀드 관련 출자에 이어 또 다시 ‘정부발 악재’가 등장, 주가가 출렁거렸다. 안정주·경기방어주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정부 조치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통신주들이 펀더멘털이나 실적과 무관한 정부 논리에 휘둘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KT가 정부 지분을 털어내고 완전 민영화됨으로써 통신 사업자들의 민간 기업화가 사실상 완료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필요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 시장 논리에 반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양성욱 대우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 통신 사업자들이 유독 경영 리스크보다 정부 규제 리스크의 영향을 더 받고 있다”며 “이 때문에 좋은 실적과 사업 내용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한 타격을 입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양 연구원은 또 “국내 통신 사업자들이 수익성·성장성 등 측면에선 외국 통신업체와는 분명히 차별화되고 있지만 정부 규제라는 외생변수 때문에 긍정성을 잃고 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외국인들도 정부 규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 17일 정통부가 SK텔레콤, KT 등 4개 통신사업자로부터 IT펀드 자금 3000억원 등 총 1조8000억원을 연내에 지원받기로 하자 외국인들은 관련 통신주를 집중 매도하기 시작했다.
한 외국계 창구 담당자는 “통신 사업자들이 정부로부터 규제 조치를 받는 것에 대해 외국인투자가들은 매우 의아하게 생각한다”며 “정부가 민간사업자들의 경영상태와 현금흐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은 시장 원리에 맞지 않다며 실망감을 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정부에서 검토중인 이동통신 요금 인하에 대해서도 이용자들에게 수익을 환원한다는 긍정적인 의미가 있기는 하지만 증시에선 정부 규제 수단으로서의 요금 정책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당장 IT펀드 조성, 영업정지 등으로 충격을 받은 통신주가 이동통신 요금 인하 조치로 다시 한번 심각한 주가 하락을 경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통신주가 진정한 ‘증시 안전판’의 역할을 하기 위해선 펀더멘털 등 내재적 가치와 성장성에 평가의 중심을 둬 시각 교정을 하는 게 바람직스럽다고 지적한다. 현재와 같은 과도한 정부 규제로는 제대로 된 시장 평가가 불가능하다는 논리다.
한편 3개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최대 30일간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지 못함에 따라 이동전화 판매에 타격을 입을 이동통신단말기 업체의 주가도 29일 하락세를 보였다. 팬택, 세원텔레콤, 텔슨전자 등이 일제히 1∼4%의 내림세를 기록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