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시장 영업정지 회오리 - 보조금 제도 이대로 좋은가
1. 보조금은 필요악인가
2. 왜 보조금 규제하나
3. 정부와 업계의 대립
4. 보조금 규제책 문제는 없나
5. 보조금 근절 가능한가
6. 무엇이 필요한가
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사업자에 영업정지라는 철퇴를 내렸다. 잇따라 경고했음에도 불구, 이통사업자들이 단말기 보조금 지급을 일삼았기 때문이다. 이통사업자들은 그렇다 해도 단말기 제조업체, 유통업체들은 통신위의 조치에 크게 반발했다. 제조와 유통업체들은 “사업자의 잘못을 왜 우리가 뒤집어써야 하느냐”고 항변했다. 단말기 보조금을 둘러싼 논란은 그간 끊임없이 제기됐으나 이번에 영업정지 조치로 더욱 증폭됐다. 정부와 업계의 갈등도 고조됐다. 단말기 보조금 규제의 필요성 논란도 새삼 제기됐다. 단말기 보조금이 왜 문제인지, 꼭 막아야만 하는 것인지, 대안은 없는지 시리즈로 살펴본다. 편집자
<1. 보조금은 필요악인가>
단말기 보조금은 이통사업자들이 값비싼 단말기에 대한 신규 가입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일정액을 보조해주는 돈이다. 서비스 초기 가입자를 하루빨리 확보하기 위해 나왔다. 단말기 보조금은 짧은 기간에 3200만명의 이동전화가입자가 탄생해 우리나라를 이동전화 강국으로 만든 일등공신이다. 그런데 지나친 보조금 지급으로 단말기 과다보급, 로열티 부담증가, 기존 가입자와의 불평등 초래, 이동전화시장의 부실화 등의 폐단을 낳았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00년 약관개정을 통해 단말기 보조금을 폐지했으며 통신위를 통해 이를 감시하고 제재해왔다. 나아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보조금 금지의 법제화를 추진중이다. 이번 영업정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조금을 암암리에 지급하는 사업자에 대한 경고인 셈이다.
정통부와 통신위는 단말기 보조금 지급행위가 단기적으로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이익을 보호하는 측면도 있으나 부담이 모든 가입자에게 전가돼 소비자이익을 해치며 지배적 사업자의 독과점구조를 심화시켜 장기적으로 경쟁을 제한한다고 보고 있다. 단말기 제조업체들도 장기적으로 대외경쟁력을 저하시키는 문제라고 본다.
통신산업계는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이같은 지적에 대해 일면 수긍한다. 실제로 단말기 보조금 금지 이후 통신사업자들은 가입자에 대한 서비스에 집중했으며 제조업체들도 해외시장을 더욱 개척해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통신산업계는 보조금 지급이 무조건 잘못이라는 정부 시각은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 폐해가 분명히 있으나 극심한 경쟁구조, 새로운 단말기에 대한 소비자의 높은 선호도 등 우리의 통신서비스 시장환경에 따른 것으로 모든 문제가 보조금 지급 때문이라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특히 요금인하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고 사업자가 단말기영업을 주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업자들이 신규 가입자 유치에 단말기 보조금을 주무기로 삼고 있다.
미국, 영국, 호주, 영국, 일본 등 통신선진국에서도 단말기 보조금을 허용한다. 보조금 지급을 법으로 금지하는 나라는 핀란드와 헝가리 두나라뿐이다. 선진국들은 다만 일정기간의 의무가입기간을 두거나 두세달안에 요금으로 회수할 수 있을 정도의 보조금 지급을 허용하고 있다. 단말기 보조금의 긍정적인 측면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선진국들은 우리나라와 달리 사업자가 직접 단말기 유통까지 병행하지는 않는다. 이번 영업정지의 맹점은 제재 대상인 사업자보다는 유통업체가 애꿎게 피해를 본다는 점인데 선진국처럼 유통이 완전히 분리돼 있다면 이러한 논란은 있을 수 없다.
정부가 단말기 보조금을 강력히 금지하고 있으나 정작 보조금 지급이 현재 이동전화시장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은 없다. 이는 단말기 보조금 금지 정책을 원점에서 다시 보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