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의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사업부문 자회사인 하이디스(Hydis)의 매각협상이 인수 주체인 중국 베이징둥팡전자(BOE)측의 무리한 요구와 하이디스 채권단의 외면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29일 채권단과 업계에 따르면 BOE는 당초 제시한 인수자금 3억8000만달러를 마련하기 위해 채권단에 3억달러 규모의 신디케이트론을 요청했으나 채권단이 무리한 요구라며 난색을 표명, 매각 무산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 투자금융부의 관계자는 “BOE측이 인수자금의 80%에 육박하는 대출을 요구, 이를 검토중이지만 대출규모가 워낙 커서 주체적으로 나서는 금융기관이 없는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BOE측에 중국계 은행의 신디케이트론 동참을 요구하는 등 대책을 마련중”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의 다른 관계자는 “BOE측의 요구에 따라 외환은행이 5000만달러, 산업은행이 1억5000만달러, 중국계 은행이 1억달러를 책임지는 방안이 논의됐으나 현재까지는 중국계 은행의 참여가 불투명하고, 산업은행측도 무리라는 입장”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최근들어 TFT LCD 공급가격이 급락하는 등 향후 시장환경이 불투명해지면서 조흥은행·우리은행 등 다른 채권은행들의 경우 신디케이트론 참여 자체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하이디스의 매각 성사 가능성을 낮게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TFT LCD 업황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쏟아지면서 BOE측이 적극적인 자세에서 한발 물러선 것 같다”면서 “자칫 지난해 말 하이디스 인수를 추진하다가 자금조달에 난항을 거듭, 인수를 포기했던 대만 ‘캔두 컨소시엄’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채권단의 매각의지가 여전히 강한데다 하이디스의 대외 경쟁력을 유지 및 제고하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매각이 불가피, 극적인 협상 타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