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8일. ‘꾸러기 더키’ 제작 완료 기념회와 송년회를 겸해 삼성에버랜드 통나무집에서 파티를 열었다. 지난해 9월 삼성에버랜드와 ‘꾸러기 더키’ 컨소시엄 체결 이후, 꿈과 동심의 공간인 에버랜드에 가면 다양한 모습의 더키를 만날 수 있다. 낮에는 더키와 레이미의 퍼레이드를 쫓아 다녔고, 겨울에는 눈보라를 맞으며 더키 크리스마스 트리 주위를 몇시간씩 맴돌았으며, 콜라 한잔을 시켜놓고 매장 POS에서 상영하는 ‘꾸러기 더키’를 보고 또 보았다. 개인적으론 SICAF에서 상을 받은 이후 가장 가슴 벅찬 하루였다.
하지만 이 꿈 같은 일이 쉽게 성사된 것은 아니다.
더키의 공식적인 방송 데뷔는 지난해 4월 24일. MBC의 어린이프로그램 ‘뽀뽀뽀’에 4편의 에피소드를 먼저 방영했다. 이후 6월 개편부터 본격적인 방송을 시작해 12월 19일 종영되기까지 더키는 인서트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에만 머물지 않고, 실제로 만질 수 있고 대화할 수 있는 캐릭터(탈인형)로 스튜디오에 등장해 ‘뽀뽀뽀’의 간판 캐릭터로 급부상하는 인기를 누렸다. 방송이 끝난 지금도 ‘뽀뽀뽀’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더키와 윈디가 웃고 있다.
‘꾸러기 더키’와 더불어 같은해 8월부터 EBS 교육방송에 유아 영어 학습용 프로그램인 ‘더키의 영어 세상’이 방송되기 시작했다. ‘꾸러기 더키’는 5분 분량의 에피소드 24편으로 구성된 한국어 더빙 애니메이션이고, ‘더키의 영어 세상’은 영어 더빙과 함께 이성미씨의 감칠맛나는 내레이션을 부가해 영어 학습을 돕는 코너로 구성된 10분물 독립 프로그램이다. 이후 이성미씨는 몇몇 애니메이션 제작사로부터 목소리 출연 섭외를 받았지만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더키의 영어 세상’은 현재 비디오와 스토리북, DVD로 출시되어 2만장 이상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두 지상파 방송에 동시 출연은 생각지 못해던 문제를 만들었다. 한국어 더빙의 ‘꾸러기 더키’와 영어 학습용 프로그램인 ‘더키의 영어 세상’은 별개의 프로그램이지만 동일한 애니메이션이 두개의 지상파 방송에, 그것도 유아 프로그램의 간판급인 ‘뽀뽀뽀’와 국내 유일의 지상파 교육방송인 EBS에 동시에 방영되는 것은 유례가 없는 방송가의 사건이었던 것이다. 급기야 조인식을 하루 앞두고 컨소시엄이 무산될 위기까지 몰렸다. 그 숨가빴던 24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날 스타로 만들어 준댔잖아요….” 공사장 옥상 끝에 서서 더키가 절규한다. 그 뒤에서 감독님과 작가님들이 안절부절 못하며 더키를 진정시키고 있다. 그 밑에선 제작팀들이 차마 더키를 보지 못하고 눈을 찔끔 감고 있다. 캐릭터 디자이너 신동민씨의 카툰이다. 보는 순간 가슴이 미어졌다.
‘더키를 스타로 만들어야 해!’
그러기 위해선 참 많은 것들이 필요했다. 웹사이트도 꾸미고, 각종 국내외 페스티벌과 마켓에도 꾸준히 참가했다. 시네마 서비스는 제작 초기부터 ‘꾸러기 더키’의 해외 배급 대행 활동을 벌였고, 서우C&D에서 웹사이트를 개발했다. 특히 우리를 힘들게 한 것은 캐릭터 라이선싱에 꼭 필요한 매뉴얼이었다. 3D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2D 매뉴얼을 제작해야 했는데, 현재 라이선싱 대행을 맡고 있는 위즈 엔터테인먼트에서 개발 중에 있다. 이 매뉴얼이 완성되면 캐릭터 라이선싱 사업이 좀 더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자식 앞에선 모든 부모가 팔불출이 된다던가. 더키에 대한 글을 쓰다 보니, 세상에 우리 더키만큼 이쁜 자식은 없는 듯 자꾸 좋은 기억만 떠오른다. 미운 건 안 보고 싶어 자꾸 한쪽 눈이 감긴다. 하지만 좋은 부모는 자식이 예쁜 것만 보아서는 안된다. 더키팀은 현재 ‘꾸러기 더키’ 2차 시리즈를 준비 중에 있다. 2차 시리즈를 성공하기 위해, ‘꾸러기 더키’ 1차 시리즈의 장점과 단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다시 두 눈을 크게 뜰 것이다.
<정헌열 나래디지털 PD borinym@naraydigit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