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까마득해 보이는 옛 시절, 그 아련한 추억들….
옛날엔 음악을 ‘들었다’. 처음 내 방이란 걸 갖게 되면 그 방이 다락방이든, 골방이든 그 방에는 꼭 라디오가 있어야 했다. 그런 작은 방엔 오래된 트랜지스터 라디오가 제격이었다. 낡고 닳아 지저분하게 테이프를 몇 번 감아 놓은 트랜지스터 라디오라 할지라도, 이것을 차지하기 위해 형제들끼리 얼마나 다투었든지. 정말 그 땐, 그 작고 낡은 트랜지스터 라디오 하나에 만족하고 행복해 했었다.
KBS미디어가 내놓은 앨범 ‘시간 속 향기’에는 그 작은 방에서 낡은 라디오로 들었던 노래들이 담겨 있다.
송골매의 ‘빗물’, 손현희의 ‘이름없는 새’, 로커스트의 ‘하늘색 꿈’ 등.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고, 사랑받아 마땅한 노래들이 아닐까. 작곡, 편곡, 연주에서 모두 독창성이 숨쉬고 있는 곡을 다시 듣는다는 것은 그 시절에 대한 향수를 달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어떤 면에서는 단절됐다고 볼 수 있는, 무시당해 왔다고까지 할 수 있는 그 시절의 우리 대중음악을 재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Oldies But Goodies’를 표방하고 있는 이 앨범은 아련한 추억에 젖을 수 있게 하는 그런 앨범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옛 것을 잃고 앞으로 달리기만을 강요받고 있는 30∼40대의 심금을 울리는 따뜻한 앨범이 아닐는지.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