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의 유혹 `재즈 파티`

만추의 향기가 그윽한 11월. 재즈 마니아를 위한 감동적인 빅이벤트가 풍성하다.

 금세기 세계 재즈를 이끌어가고 있는 아티스트의 무대는 물론 가족과 함께 흥겨운 감동에 젖을 수 있는 무대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이 때문에 국내 재즈 마니아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술렁이는 분위기다. 다이어리에 공연 날짜를 체크하는 것은 기본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들어가 속내를 풀다보면 이내 새벽이다.

 일상에서 탈출해 모처럼 가을의 낭만과 여유를 느끼고 싶다면 11월 ‘재즈의 향연’이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첫번째 추천 공연은 ‘브레커 브러더스’. 오는 11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개최된다.

 브레커 브러더스는 마이클 브레커와 렌디 브레커 형제가 75년 결성한 퓨전재즈밴드로 재즈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익히 알려진 이름이다. 리더인 마이클 브레커는 21세기 세계 재즈를 이끌고 있는 최정상 재즈 뮤지션으로 그래미 최우수 연주자상을 8번이나 수상한 이력을 갖고 있다. 마이클 브레커의 형인 렌디 브레커 역시 트럼페터로서 다양한 영역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깊고 중후한 연주로 유명한 브레커 브러더스의 매력은 21세기 세계 재즈의 청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숙의 경지에 접어든 이들의 연주를 듣고 있노라면 재즈가 어떻게 발전해갈지 미래상을 점칠 수 있다. 재즈의 미래를 보고 싶은 이에게 권하고 싶은 공연이다.

 오는 1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두번째 내한공연을 갖는 조지 벤슨의 무대도 추천할 만하다. 존 스코필드·포플레이·팻 메스니와 함께 기억해야 할 또 한 명의 재즈 뮤지션이 바로 조지 벤슨이다.

 조지 벤슨은 기타리스트이자 보컬리스트로서 모두 인정받는 뮤지션이다. 특히 가사 대신 ‘다다다다’처럼 별 뜻없는 소리로 노래하는 ‘스캣창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완벽하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기타와 보컬 두 부문에서 그래미 수상 경력을 갖고 있으니 그의 음악적 역량을 알 만하다.

 15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는 ‘컬러 블레이 트리오’의 공연이 펼쳐진다. 컬러 블레이는 타인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거침없는 기행과 외모로 잘 알려진 뮤지션이다. 하지만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로서 그녀의 타고난 재능은 현대 재즈 피아니즘의 한 장을 장식하고 있을 만큼 화려하다. 예순을 훌쩍 넘은 나이에도 변함없이 작곡·편곡·연주 활동에 왕성한 의욕을 보이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녀만의 작곡과 편곡, 반전과 즉흥성이 뛰어난 연주가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오스카상·뉴욕재즈어워드·구겐하임펠로십 등 각종 상을 휩쓸고 그래미상 후보에 지명되는 등 높은 음악적 완성도까지 인정받고 있다.

 빅밴드에서 듀엣까지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자유로운 실험정신으로 사랑받고 있는 컬러 블레이. 이번 내한공연에는 활발한 세션연주와 작곡가로 정평이 난 스티브 스왈로, 색스포니스트 앤디 셰퍼드와 트리오를 이뤄 그녀만의 깊은 카리스마를 보여줄 것이다.

 3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적인 재즈 레이블 ECM을 대표하는 뮤지션 ‘존 애버크롬비’의 공연도 오는 23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화려하게 막을 올린다.

 존 애버크롬비는 오랜 리코딩 경력을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사운드를 일궈온 기타리스트로서 74년 ECM에서 발매한 ‘Timeless’ 앨범을 시작으로 수많은 음반을 명반의 반열에 올려놓은 인물이기도 하다. 퓨전뿐 아니라 프리재즈·비밥·록 등 거의 모든 장르와 기법을 꿰뚫고 있으며 92년 이후 오르가니스트 댄 월, 드러머 애덤 너스바움과 함께 트리오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공연은 그동안 음반을 통해서밖에 들을 수 없던 존 애버크롬비의 화려하고 명징한 기타 사운드, 영묘한 플레이와 함께 오르간과 드럼이 이루는 최상의 앙상블을 감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재즈에 심취하는 것 외에 각 뮤지션이 추구하는 음악세계를 파악하고 21세기 재즈의 미래를 나름대로 전망해보는 것도 이번 공연의 관전 포인트다. 워낙 기라성 같은 뮤지션들이기에 누구에게 가장 많은 점수를 줄 것인지 행복한 고민에 젖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