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경제가 도래하며 e비즈니스가 경쟁력 확보의 최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e비즈니스에는 단순히 기존 비즈니스에 인터넷이란 하나의 채널이 더 첨가됐다는 소극적인 의미가 아니라 기존 비즈니스의 틀을 혁명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전제가 내포돼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e비즈니스를 가능케 해주는 기반 기술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기반 기술 연구를 위해 산학연에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개별적인 기반 기술에 대한 연구만 이뤄질 뿐 이를 총체적으로 통합해 연구하는 기관은 많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개별적인 기술에 대해 전세계적으로 경쟁력을 인정받는다고 하더라도 결국 통합의 결과물인 e비즈니스 실현으로 연결되기는 다소 무리가 있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8월 설립된 서울대학교 e비즈니스 기술연구센터(센터장 이상구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한다는 취지하에 e비즈니스 기반 기술 전반에 대해 연계성을 갖고 연구하는 곳이어서 주목된다.
이상구 교수는 “ITRC내에서도 e비즈니스 관련 연구센터가 몇 개 있지만 대부분 네트워크 보안, PRM 등 특화된 부분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웹 기술 등 e비즈니스 기술을 총체적으로 다루며 데이터 연계, 프로세스 연계란 관점에서 접근하는 곳은 유일하다”고 차별성을 강조했다.
서울대 e비즈니스 기술연구센터는 e비즈니스 기반 기술 마련을 위해 2010년까지 ‘차세대 비즈니스 웹 기술’이란 연구과제를 맡고 있다. 이 센터는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에서 기업간의 원활한 상호거래와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의 실현을 위해 지식기반의 경영, 글로벌 e비즈니스 인프라, 지능화된 인터넷, 기업내외 시스템간의 거래적 통합 등 4개의 축을 마련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이 축들을 실현시키는 기술분야를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비즈니스 메타정보통합’ ‘시만틱 웹’ ‘기업정보시스템 통합’ 등 네개의 세부과제로 구성해 중점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다. 특히 이들 중점과제를 묶어주거나 지원해주는 보안·전자지불·모바일·법제도 등의 관련주제들은 위탁과제나 전문가 활용 등을 통해 차세대 비즈니스 웹 기술의 완벽한 모습을 추구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이미 위탁과제 및 공동 연구계획으로 각각 ‘e비즈니스에서의 기술적 장벽과 신기술의 파급효과’와 ‘유비쿼터스컴퓨팅 환경에서의 e비즈니스 현안’ 등이 정해져 있다.
구체적으로 2010년까지의 8단계 계획을 살펴보면 1차연도에는 비즈니스 웹 기초 컴포넌트를 개발한 뒤 2차연도에는 비즈니스 웹 기반 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이다. 또 이를 기반으로 3차연도에는 이미 확보된 기반기술의 고도화를 노리고 4차연도에는 비즈니스 웹 기술 통합 및 상품화를 추진힌다. 이어 5∼6차연도에는 협업적 상거래 기술개발, 7∼8차연도에는 최종 목표인 지능형 비즈니스 웹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러한 세부적인 계획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e비즈니스 기술연구센터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한다. 이제 설립된 지 몇개월도 안된 센터가 과연 일을 해낼 수 있느냐는 궁금증이다. 이 교수는 한마디로 “걱정마라”고 일침을 놓는다. 비록 센터설립은 늦었지만 참여 교수진이 이미 자신의 분야에서 몇년간 개발작업을 해 온 베테랑이란 것이다. 또 서울대내 컴퓨터신기술연구소의 지원도 곁들여져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실제로 e비즈니스 기술연구센터가 생긴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참여진의 경력은 화려하다. 참여교수도 서울대·충남대·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중심으로 각 분야의 내로라 하는 전문가들로 11명이며, 참여연구원만 해도 석박사인력으로 48명에 달해 총 59명이 이 연구과제에 매달리게 된다. 참여 교수진은 이미 신기술 창업 9건, 최근 3년간 산학협동 실적이 20건에 달한다.
예를 들면 이상구 교수의 ‘전자상거래를 위한 디지털상품 카탈로그 및 라이브러리 데이터베이스 구축 방법 및 그 시스템’은 특허출원상태며, 심규석 교수는 2개의 기술에 대해 특허등록을 받았다. 김형주 교수도 XML 응용프로그램의 개발방법에 대해 특허를 출원해 놓았다.
연구분야별로 살펴보면 ebXML의 경우 충남대 이규철 교수가 OASIS 위원으로 ebXML의 표준안을 만드는 데 초기에 활동한 바 있으며,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부문에서는 서울대의 심규석 교수가 IBM연구소에서 IBM의 마이닝 툴 개발에 참여한 경험을 가진 전문가다. XML부문의 현실적인 응용력에서는 서울대의 김형주 교수가 지속적으로 연구를 해왔다.
이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원천기술이 있음에도 이를 비즈니스로 응용하는 기술이 부족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경영대 교수 3명이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해 기술과 경영을 상호보완하며 개발할 예정이다. ITRC에서 기술포커스된 IT를 현장과 비즈니스 에바로 접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e비즈니스 기술연구센터의 목적은 e비즈니스를 실현하기 위해 센터를 산학연계의 틀로 자리잡겠다는 것. 이에 따라 다른 기관 및 업체와의 협력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국내서는 ETRI·한국과학기술원·충남대를 연구 트라이앵글로 활용할 예정이며 서울대 연구공원내 IT벤처 약 100개 업체의 협력을 받을 예정이다.
이밖에 컨소시엄 구성 등 산학협력 체제 구축에도 많은 노력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컨소시엄 참여기업은 당해연도에 연간 100만원 회비를 내고 각종 세미나나 사업에 참여하고 교육프로그램 혜택을 부여할 예정이다. 또한 대응자금 출자기업에는 워킹그룹에 참여시키며 공동과제·위탁과제를 수행할 방침이다. 전자상거래표준화통합포럼·한국커머스넷·한국전자상거래기술협회 등 제휴기관과는 각종 표준화 및 공익측면 기술교육 및 보급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이미 산학연구과제로 아이티캠프와 XML 저장관리기술, 지식맴 엔진(1, 2세부과제)를 정했으며 코어로직스와는 카탈로그엔진, cRM엔진(2, 3세부과제)을 하기로 내정돼 있다.
e비즈니스 기술연구센터는 해외국제공동연구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할 계획이다. 7명의 교수가 미국과 홍콩·일본·대만의 주요 연구소와의 관게를 맺어 지속적인 공동연구를 추진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e비즈니스 기술연구센터를 중심으로 홍콩이나 대만 등 아시아 연구기관과 함께 미국과 유럽에 견줄 만한 아시아의 연구기관으로 자리잡도록 한다는 것이 최종 목표다.
이는 APEC에서도 우리나라가 B2B연계사업을 리드하는 데 이어 이미 한일 EC허브 등의 구축에 나서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이미 B2B시범사업이 진행되는 등 각 업종을 중심으로 기술적인 뒷받침만 해준다면 e비즈니스 실현이 아시아에서 가장 빠를 것이란 계산이 들어간 셈이다.
이와 더불어 e비즈니스 기술센터는 인력양성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인력양성 추진계획으로는 IT닥터 프로그램을 운영해 기업의 e비즈니스를 위해 정보시스템에 대한 진단 및 분석지도를 할 예정이며, 석박사 과정의 인력양성 추진을 위해 해외협력기간에 연구원 인력의 해외연수 및 파견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산업체 인력 양성 추진을 위해 기술세미나 개최를 통한 전문기술 보급, 산업체 공동연구 및 각종 표준기술의 실무교육과 국제공인자격증 취득권장 및 지원 등을 할 예정이다.
이상구 교수는 우선 올해 기술이전 및 산업화 아이템으로 ‘XML/RDF 기반의 콘텐츠 관리시스템, UDDI 레지스트리, e카탈로그 엔진’ 등을 개발해 연구센터의 위상을 알려나갈 계획이다. 연구센터는 30일 e카탈로그 기술 세미나 개최를 시작으로 다음달에도 시만텍 웹 워크숍을 비롯해 다양한 세미나를 개최하며 공식적인 외부활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인터뷰-이상구 교수
“다양한 기술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산업현장에 제대로 적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답니다. 현장적용이 가장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소홀히 생각하기 때문이죠.”
‘비즈니스 웹 기술 연구’의 수행책임자인 서울대 이상구 교수(41·컴퓨터공학부)가 e비즈니스 기술연구센터 설립을 줄곧 주장해온 근거다. 이 교수는 약 7년 전부터 e비즈니스 기반 기술을 연구해오면서 허전함을 느꼈다고 한다. 국내 산학계의 해외 기술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것이 첫번째고, 산업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사장되는 기술이 많다는 것이 두번째 이유다.
그래서 이 교수는 3년 전부터 만나는 사람마다 국책과제로 e비즈니스 기술연구센터의 필요성을 강조해왔으며, 지난 8월 e비즈니스 기술연구센터의 설립으로 결실을 맺었다.
“인터넷 강국, 각종 솔루션의 테스트베드 역할 등 국내 환경은 좋아지고 있지만 기반 기술의 개발속도는 이에 못 미치고 있다.” 기술이나 혹은 표준안에 대해서 많이 논의하고 있지만 해외 버전을 한글화하는 데 급급하거나 따라가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IT의 기술적인 뒷받침이 부족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글로벌 비즈니스 인프라, 시만틱 웹, 기업정보시스템 통합 등 최근 이슈화되거나 앞으로 전망있는 분야를 골고루 연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존 e비즈니스 관련 연구센터들이 네트워크 보안 등 일부 부문에 초점을 맞춘 것과는 달리 데이터 연계를 비롯해 업무프로세스 통합 등 총체적으로 접근하겠다는 것이다.
‘현장적용’이란 평소 소신에 맞게 산학연계에 많은 무게중심을 둘 계획이다. 이를 위해 참여 교수들의 평가에 대해 단순히 논문 위주에서 벗어나 산업의 기술이전 여부를 평가항목으로 넣는 등 다른 센터와 차별성을 둘 방침이다. 산학협력 컨소시엄을 만들어 기업들의 참여를 적극 끌어들여 워킹그룹으로 같이 활동하고, 향후 상용화가 될 때 기술이전료를 적게 받아 산업현장에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해 놓았다. 이미 20여개 기업이 참여의사를 밝혀왔지만 확실한 대책이 마련된 후 정식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할 예정이다.
그는 이를 기반으로 e비즈니스 기술연구센터를 4년 후에는 아시아권에서 최고의 센터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이미 홍콩과 대만 등 여러 곳과 연구개발에 대해 협력하기로 논의했다. 이처럼 자신하는 이유는 설립은 늦게 됐지만 이미 참여교수들이 수년 전부터 연구를 해오고 있으며, 특히 대만이나 홍콩 등 다른 아시아권보다는 사회적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목표달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다. 미국과 유럽 등의 세력권과 맞붙을 수 있는 연구센터를 만드는 꿈을 꾸고 있는 셈이다.
“이제 제 나이 41세입니다. 연구를 가장 활발히 할 시기란 점에서 앞으로 연구센터의 수행책임자로서 8년은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겁니다.” 연구인생에 가장 큰 업적으로 남기겠다는 목표로 연구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강조하는 이 교수의 연구활동이 주목되는 이유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