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 ‘리니지’ 18세이용가 판정으로 빚어진 ‘리니지 등급 파동’ 여파로 건전한 게임문화 조성 움직임이 급류를 타고 있다. 주요 게임업체들이 청소년 보호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게임관련 단체 및 정부도 이에 적극 동참하면서 건전한 게임문화 조성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고 있다.
이에따라 그동안 논의만 무성했던 건전한 게임문화 조성사업이 하나씩 가시화되는 실천단계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건전한 게임문화 조성은 당사자인 게임업체들의 지속적인 실천의지도 중요하지만 게이머들의 자발적인 동참도 매우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또한 단순한 캠페인 차원을 넘어 건전한 게임문화를 지원하는 정부의 정책도 뒤따라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건전 게임문화 ‘한 목소리’=‘리니지 등급 파동’ 여파로 우선 게임업체들은 이전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건전한 게임문화 조성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이번 ‘등급 파동’ 이후 사회 각계의 게임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부정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것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는 문제가 됐던 PK(Player Killing)시스템을 고치는데 머물지 않고 게임시간 쿼터제 및 학부모 대화채널 등 다소 파격적인 조치를 발표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온라인 게임 ‘뮤’를 서비스 중인 웹젠(대표 김남주)은 그동안 사기 및 폭력 등 사회적 부작용을 낳아온 게임내 아이템 현금거래를 근절하기 위해 유저들에게 제재 조치를 강화하는 한편, ‘아이템 현금거래 근절 캠페인’을 후원키로 했다. 게임단체와 정부의 건전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한국게임산업연합회(회장 임동근)은 30일 ‘건전한 온라인게임 환경 조성을 위한 실천결의’를 발표하고 회원사 204개가 동참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실천결의에는 △게임 이용시간 알람장치 도입 △게임 필터링 프로그램 무료 배포 △부정 이용자 신고 핫라인 구축 △건전한 게임제작을 위한 전문가 포럼 운영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이에앞서 지난 14일에는 정부·게임업계·학계·시민단체·언론 등 각계 대표가 참여하는 ‘게임문화진흥협의회’가 정식 출범하고 건전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다각적인 활동을 벌여 나가기로 했다.
◇문화운동 꽃 피려면=이같은 움직임에도 전문가들은 건전한 게임문화 운동이 본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선 모처럼 팔을 걷어붙인 게임업체들이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몇몇 업체들은 이전에도 비슷한 액션을 취했지만 ‘용두사미’로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실제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이같은 문화운동에 얼마나 주체로 서느냐도 관건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제재 일변도의 ‘채찍책’에서 벗어나 건전한 게임문화 조성에 적극적인 업체와 단체를 적극 지원하는 ‘당근책’도 함께 구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경우 지원책과 함께 당장 아이템 현금거래와 같은 온라인 게임 부작용을 불러 일으키는 요소를 근절할 수 있는 법적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이제는 정부가 업체를 감시하고 단속하려는 구태에 머물지 않고 여러가지 대안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