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국제전화 정산료 전격 인상 배경과 전망

 중국의 급작스런 정산료 인상 방침으로 국내 국제전화사업자들은 큰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중국에 거는 국제전화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전체의 20% 가량(2억7000여만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돼 정산료가 인상될 경우 국내 사업자들에게 약 4000만달러(520억원)의 정산료 추가부담이 생기게 된다.

 특히 선불카드나 인터넷전화(VoIP) 국제전화를 제공하고 있는 별정통신사업자의 경우 중국 관련 매출이 전체의 40∼50%에 달할 정도로 의존도가 큰 상황에서 정산료 부담을 떠안을 경우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된다. 아울러 현재 400억원 가량인 대중국 국제전화 정산수지 적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산료 인상배경=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지만 각 사업자들이 인상을 일률적으로 요구하고 나선 것은 정부의 방침이며 이는 VoIP의 등장으로 통제가 어려워진 통신망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차원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차이나텔레콤의 분공사(지사)에 소속된 에이전트를 통해 VoIP 전화서비스를 제공해온 A사의 관계자는 “올 하반기들어 중국이 인터넷망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최근 일부 IDC를 폐쇄하는 등 VoIP 전화망의 40% 가량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통제가 어려워진 국제전화망을 단속하는 동시에 98년 이후 크게 떨어진 정산료 수익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업계의 시각이다.

 ◇국내 사업자 반응=국내 사업자들은 그야말로 초비상이다. 중국, 미국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정산료가 인상된다는 통지를 받은 국내 사업자들은 진상파악과 대책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KT측은 “정산료 인상을 놓고 AT&T, KDDI, DT, BT 등 해외사업자들과 대책을 협의하고 우선은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며 “다른 나라 사업자들의 대응 및 협상을 지켜본 뒤 움직이겠다는 전략이지만 사태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요금인상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데이콤측도 “우선 11월 1일부터 인상된 요금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데이콤망을 이용하는 사업자에 통보했다”며 “요금인상에 대해 서로 눈치를 보는 상황이며 선불카드 발행은 일단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몇몇 별정통신사업자들은 이미 고객에게 요금인상을 통지하고 있으나 정산료가 17센트 이상으로 일률화됐을 경우 수익구조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 대책마련을 쉽게 하지 못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기간사업자로부터 온 통지 중 중국 정산료를 기존의 30배까지 올리겠다는 내용도 있다”며 “이런 구조라면 별정사업자의 연이은 사업포기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전망과 대응방안=국내 사업자들은 이번 정산료 인상이 내부단속에 의한 것이라는 점과 결국 불법 국제전화사업자들의 활동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이번 사태가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기대를 걸고 있다. 성별로 있는 분공사간의 경쟁으로 다시 정산료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사업자간 협상에 정부가 개입한 점을 들어 WTO 협상 차원에서 이의를 제기해 원상복귀하는 방안에도 희망을 걸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중국와 미국의 사업자간 감정싸움으로 치달을 조짐을 보이는 데다 WTO 협상의 진행과정상 장기화될 가능성도 크다. 정통부 WTO통신협상팀 김화영 서기관은 “사업자간 정산료 협정에 대해 중국정부가 개입했다면 협상과정에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며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를 검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400억여원인 대중국 정산수지 적자가 2배까지 늘어나는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사업자들은 이 참에 고질적인 정산수지 적자문제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을 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국제전화요금은 불가피한 경우 올리면 되지만 국제정산료 적자는 문제”라며 “유선에 거는 국제전화는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인 2∼4센트선을 유지하지만 무선에 거는 국제전화의 경우 내부 사업자간 접속료 조정을 통해 비싼 정산료를 매겨 적자를 보전하는 유럽국가처럼 우리나라 사업자들도 대책을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전화 정산료란>

 국제전화를 걸 때 다른나라의 전화망 이용대가로 해당 국가에 제공하는 요금을 말한다. 각 국가는 국가별로 협정을 맺어 협정정산료를 정하고 국가간 착발신량을 계산해 초과분에 대해서는 이를 적용해 상대국에 지불하게 된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협정 정산료에 따른 통화량은 대부분 각국 사업자별로 착신과 발신량을 동일하게 해 실제 지불하는 금액이 거의 없다. 사업자들은 그밖의 경우 VoIP 등 저렴한 회선을 통해 서비스를 하고 정산료를 지불하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사업자들이 적용해온 2∼4센트의 요금도 대부분 이 망을 통한 것이었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