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중인 칼리 피오리나 HP 회장은 31일 서울 남산 하얏트호텔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CEO포럼·벤처기업협회 등이 주최한 초청강연회에서 “IT기업들은 투자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고객 요구에도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에 주시해야 한다”며 “모든 것이 변화하는 불확실성시대에는 명확한 비전을 세우고 민첩하게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HP와 컴팩의 통합도 이 같은 변화에서 HP가 리더십을 갖기 위한 대응이라고 설명한 그녀는 “고객들은 간단하고, 용이하고, 운용성과 안정성이 뛰어나며 IT 투자에 대한 수익성과 TCO를 중요하게 여긴다”며 자신의 최대 작품인 HP와 컴팩 합병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날 550여명 참석자의 박수 속에서 정열의 상징인 붉은 색 재킷을 입고 등장한 피오리나 회장은 IT산업을 포함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한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피오리나 회장은 “경제불황·전쟁·회계부정으로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기업 국가의 리더십은 변화하지 않는 근본적인 가치에서 나온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근본적인 가치는 신뢰·존중·성실·팀워크·속도·고객에 대한 열정·기여·확신과 같은 가치를 말하며 기업 정신과 리더의 능력·인격도 기업 성공의 중요한 요소임을 역설했다.
불확실성시대에 기업이 리더십을 갖추려면 단기적인 목표과 장기적인 목표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피오리나 회장은 “현재 많은 미국 기업이 분기별 성과에 집착해 장기적 목표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HP의 통합 추진과정에 대해 피오리나 회장은 “한국HP 직원들이 잘해주고 있으며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한국HP 직원들을 격려했다.
한편 피오리나 회장은 강연에 앞서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을 만나 한국에 대한 투자확대 방안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으며 SK·LG 등 그룹사 회장과도 잇따라 만나 향후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는 무선이동통신을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 솔루션 및 플랫폼의 공동개발, 신규사업모델 발굴, 공동R&D 및 공동마케팅 등 포괄적인 협력관계를 강화해나가는 데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칼리 피오리나 HP 회장 일문일답
―통합이 HP 브랜드의 이미지 제고에 어떤 도움이 되나.
▲브랜드는 약속이다. HP는 주도적 기술기업이 될 것으로 약속했다. 이 같은 약속은 합병을 통해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 제품 포지션과 시장 지위가 강화됐다. 앞으로 직원 및 관리 기능을 강화해나갈 것이다. 많은 사람이 통합법인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내년부터 브랜드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내년 초 미국에서 이 마케팅을 시작하고 전세계를 차례로 돌면서 HP의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주겠다.
―최근 들어 델이 이미지 프린팅사업을 강화하는 등 HP와 유사한 비즈니스모델을 전개하고 있는데.
▲델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 델 회장이 기업 가치를 5년 내 2배로 만들겠다고 말했으며 실제로 프린터·서버·스토리지사업에 잇따라 진출할 계획을 발표했다. 모양만 보면 HP와 사업모델이 유사하다.
델은 현재 매우 강하지만 미래의 모습을 지키기에는 부족하다. 유통 기업이 아닌 기술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비즈니스모델을 관리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HP는 상당부분에서 이미 1위를 점하고 있다. 또 40억달러의 연구개발 투자, 6000건의 특허, 14만명의 직원을 갖고 있다.
―여성기업인들에게 충고한다면.
▲한계나 장애를 만났을 때도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긍정적 사고가 중요하다. 그렇다고 비현실·비합리적인 태도를 가지라는 것은 아니다. 한계를 규정하면 이루는 것 역시 적다는 것을 많이 경험했다. 자신의 영혼을 팔지 말아야 한다. 내부에 스스로 확고한 나침반이 있어야 하며 이런 영혼은 타협과 협상을 하지 않는다.
아울러 비즈니스에 있어 여성의 성공은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달려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다양성이 기업 내부에서 이뤄진다면 이는 기업생산성에 큰 자극이 될 것이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