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6세대 LCD 기판규격 `1800x2000㎜` 검토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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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TFT LCD업계가 향후 TV용 패널의 주력 생산 거점이 될 6세대 라인 투자에 경쟁적으로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가가 돌연 ‘1800×2000㎜’까지 6세대 규격의 검토 대상으로 포함, 그 배경에 관련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TFT LCD 세계 최강인 삼성이 향후 LCD는 물론 LCD TV시장 석권을 목표로 치밀하게 전략을 수립중인데다 LCD업종 특성상 기판 규격에 따라 생산성과 가격경쟁력이 현저히 달라져 샤프·LG필립스LCD 등 경쟁업체들이 삼성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500+α×1800+α냐 1800×2000이냐=삼성이 향후 6세대 규격으로 어떤 사이즈를 채택할지는 현재로선 예측불허다. 삼성도 스스로 “현재 다양한 기판 규격을 놓고 정밀검토하고 있으며 이번에 ‘1800×2000㎜’ 얘기가 나온 것도 검토 대상 중 하나를 말한 것일 뿐”이라고 의미를 축소한다.

 삼성 경영진의 그간의 행보를 봐도 다양한 6세대 규격이 검토되고 있음이 확연히 드러난다. 이윤우 반도체부문 총괄사장은 지난 4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학술대회 ‘EDF 2002’에 참석, 1370×1670㎜를 6세대 규격으로 제시했으나 이상완 LCD사업부 사장은 지난 8월 대구에서 열린 IMID2002에서 샤프(150×1800㎜) 규격보다는 큰 ‘1500㎜+α×1800㎜+α’를 검토하고 있다고 처음 밝혔다. 이상완 사장은 이후 두달여 만에 ‘1800×2000㎜’까지 검토중이라고 제시했다.

 결국 현재로선 삼성의 6세대 규격이 무엇으로 결정될지는 안개속이다. 특히 LCD라인이 관련설비나 유리 등 소재와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삼성이 규격을 정한다고 협력업체들이 제대로 따라온다는 보장도 없다. 그러나 일본 샤프가 이미 6세대 설비발주에 나선 만큼 삼성 6세대는 ‘1500×1800㎜’ 이상에서 결정될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삼성, 왜 고민하나=삼성이 6세대 기판규격 확정에 앞서 다양한 사이즈를 놓고 저울질을 계속하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각도에서 해석 가능하다. 무엇보다 노트북과 모니터에 초점을 맞춘 기존 라인과 달리 6세대는 철저히 TV쪽에 타깃을 둘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상당히 성격이 다르다.

 노트북과 모니터는 시장이 성숙 또는 도약기에 접어든 반면 TV쪽은 이제 시장진입기를 맞고 있다는 점에서 주력 모델 선정이 어렵다는 것. 실제로 삼성이 지난 8월 ‘1500㎜+α×1800㎜+α’를 제시한 것은 샤프의 37인치를 겨냥해 40인치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한 것이라면 ‘1800×2000㎜’는 46인치를 염두에 둔 것이다. 이는 TV용 대면적 LCD 기술개발 속도가 빨라져 LCD TV의 한계라는 40인치 벽이 힘없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업계에선 이미 LCD가 50인치 초반까지는 PDP와의 경쟁에서 승산이 있다는 것이 정설처럼 굳어지고 있다. 따라서 2년 후 가동할 6세대 라인의 기판 규격을 어느 모델에 맞출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경쟁업체와 후발업체의 추격을 봉쇄하기 위한 전략상으로도 삼성의 6세대 규격 결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 삼성은 경쟁사인 샤프에 비해 투자가 6개월 이상 늦은 만큼 샤프를 따라잡기 위해선 보다 생산성이 높은 6세대 라인 구축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또한 LG필립스와 6세대 규격은 물론 투자시기, 투자규모 등을 놓고 치열한 물밑 신경전에 돌입한 삼성으로선 ‘교란작전’이 필요할 수도 있다. 삼성은 실제로 TFT LCD의 새로운 규격을 정하면서 LG규격보다 조금 큰 규격을 채택, 재미를 본 적이 있다. 여기에 TV시장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대만업체들의 추격 의지를 꺾는 것도 중요한 대목이다.

 ◇경쟁업체의 대응=삼성이 6세대 규격으로 무려 2m대까지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함에 따라 LG필립스측의 전략도 일부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과 마찬가지로 6세대 기판 규격을 확정하지 않은 채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LG로서도 향후 TV시장에서 경쟁우위에 서려면 삼성규격과 최소한 같거나 커야 하기 때문이다.

 LG는 특히 그동안 5세대까지의 규격 채택 과정에서 삼성의 ‘배신’, 즉 규격 통일을 모색하다가 뒤에 LG규격보다 조금씩 키웠던 전례가 있어 6세대에서만큼은 삼성에 뒤통수를 맞지 않겠다는 얘기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따라서 LG측 역시 6세대 규격 검토 대상에 ‘1800×2000㎜’ 이상까지 포함시킬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샤프나 대만업체들은 딱히 대응방도가 없어 보인다. 이미 ‘1500×1800’으로 6세대 투자에 나선 샤프는 여건상 현 규격을 계속 밀어붙일 것으로 보이며 대만업체들은 AUO를 제외하고는 5세대 투자마저 버거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샤프가 6세대에서 기선을 잡았지만 삼성과 LG의 반격으로 6세대 이후의 TFT LCD 세력판도는 LG-삼성 양강구도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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