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네트워크마케팅을 자처한 변종 네트워크업자들은 인터넷상에서 직접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 이른바 ‘비대면 특성’과 이를 이용한 각종 사이트의 무료회원 가입을 하위조직 확대에 십분 활용하고 있다. 동시에 소액 피해에 대해서는 개인이나 사회에서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점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
◇스팸서 피라미드형으로= 몇몇 민간 소비자단체 및 리서치 기관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스팸메일 중 다수를 차지한 것은 성인물 광고였지만 올해는 ‘소자본으로 단시간에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피라미드형 회원모집 광고가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하루평균 50통의 e메일을 받는 회사원의 경우 받은 e메일 중 50% 가량이 돈벌기 사이트와 그 이용방법, 성인사이트 광고, 카드관련 편법대출 광고 등이며 이 중 일확천금을 부추기는 금융 피라미드형 광고가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단계 판매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오프라인상에서 수백만원씩의 가입비를 받고 피라미드 조직을 운영해온 조직들이 정부기관의 철퇴를 맞고 겉으로는 사라진 듯 보이나 수법과 조직, 구성원을 바꿔 인터넷을 통해 다시 영업을 시작하고 있다”며 “이와 맞물려 비슷한 다단계조직이 새로운 방법을 동원, 우후죽순처럼 회원모집에 나서고 있어 합법적인 다단계업체까지 피해를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 엄청난 소비자피해를 유발했던 인터넷상의 할인회원권 판매, 공짜 휴대폰 제공처럼 이들 신변종 네트워크업자들은 최근 성인사이트, 게임사이트 등 각종 사이트 개설해 회원모집을 위장, 하위조직원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점은 무엇인가=문제는 이러한 방식들이 갖는 수익구조와 최종 단계에 대한 의문을 한번쯤 가져보면 실로 어처구니없는 사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음에도 밑져야 본전이라는 설명과 단시간에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네티즌이 너무 쉽게 빠져들고 있다는 점이다. 상위 네트워크 조직원에 1000원씩을 입금한 후 무작위로 대량의 메일을 발송, 하위 조직원을 피라미드 형태로 모집하는 사업은 하위 가입 대상이 무한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성인 인구 2500만명이 모두 하위조직에 가입한다 해도 최상위 조직원 1명 내지 상위 조직원 몇명만이 큰 수입을 올릴 수 있다. 하위조직으로 내려갈수록 조직원 확대가 어려울 뿐더러 수익발생의 한계에 다다르는 것이다.
정체불명의 외국사이트에 가입한 후 배너광고를 화면상에 띄워놓으면 고액의 적립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업 역시 일종의 개인정보 제공과 광고시청에 따른 수익발생 구조다. 개인주소와 직종, 주 이용 사이트, 인터넷을 통해 주로 구입하는 상품 등 자세한 개인 신상 정보를 제공하고 여기에 하루 10시간씩 PC를 켜놓고 실시간으로 배너광고를 클릭해야 한 달에 2만원 가량의 수입이 발생한다.
결국 높은 수입을 올리려면 시간을 대폭 늘려 투자하거나 e메일을 통해 하위 회원을 모집해야 하며 개인정보가 불법 활용될 소지도 높다. 실제로 대기업 L사에 근무하는 박모씨는 “지난달 6000원만 투자하면 큰 돈을 벌 수있다는 e메일을 받고 호기심이 발동해 시작했으나 오기로 한 돈은 안오고 얼마 전에는 3만원을 내고 다시 무명의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하라는 동일인의 메일이 도착해 삭제해버렸다”고 밝혔다.
◇강력하고 근본적 대책 마련 시급=올 하반기들어 공정거래위원회, 검찰청, 금융감독원 등 관계부처의 집중단속 및 근절의지에 불구하고 이들 업자는 과거 불법 피라미드 사업과 달리 초기 비용이 적거나 아예 없으며 수익구조도 합법적인 인터넷금융사업이라고 드러내놓고 광고하고 있다.
현행 법망을 피하기 위해 나름대로의 법률자문을 거쳐 ‘외국 사이트를 통한 회원가입’ ‘일반사이트를 통한 회원가입 후 하위 조직에 등록’ 등 편법을 동원, 변종 다단계사업을 벌이고 있어 정부기관의 단속에 걸려도 처벌이 쉽지 않다.
특히 이들은 피해금액이 소액일 경우 피해자의 법적 대응이 거의 없다는 점과 인터넷 상의 비대면 거래를 최대한 활용해 회원을 끌어모으고 있으며 성인 사이트, 공짜 휴대폰 판매 사이트, 게임사이트 등과 연계, 무료 회원가입 및 사이트 이용을 미끼로 하부 조직원을 모집하고 있어 겉으로는 금융 피라미드인지 단순 사이트의 회원모집인지 확인할 길이 없는 것도 큰 문제다.
따라서 이들 업자를 규제하고 소액 다수의 피해자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며 나아가 이들 다단계식 수익구조의 허점을 일반 소비자에게 널리 알릴 수 있는 계도 방안 마련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