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상대적으로 IT투자가 더뎠던 섬유·중공업·제약·건설·제지 등 5개 분야 전통기업들이 내년 예산에서 e비즈니스 투자 비중을 높이기로 해 주목된다.
5개 업종 주요기업의 2003년 IT 투자계획에 따르면 의류패션 등 소비재 부문은 대부분 고객관계관리(CRM)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고 중공업과 건설 등은 내부 시스템통합에 이어 협력사와의 관계 개선에 본격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섬유패션=섬유 부문에서 효성·코오롱·제일모직 등 주요 기업들은 올해부터 ERP를 운용하거나 내부 프로세스를 통합한 상태여서 내년에는 이를 기반으로 협력사나 해외법인으로의 확장 방안에 대해 논의해 나갈 계획이다. 반면 의류패션업계에서는 웹POS 설치 등 CRM 기반마련을 위한 프로젝트가 경쟁적으로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CRM은 특히 LG패션 등 선두업체가 도입을 결정한 가운데 신원 등도 적극 검토에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성도가 최근 통합시스템 개발을 완료함에 따라 의류패션업계로의 ERP 확산여부도 주목된다. 또 의류패션 부문은 애플리케이션임대서비스(ASP) 방식의 솔루션 도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제약=제약업체들은 영업자동화시스템 및 백업솔루션, 시스템통합 사업에 주력할 전망이다. 수도권 37개 제약사의 전산실장 모임인 피카(PIKA)의 조치환 회장(유유산업)은 “올해는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일부 선두업체를 중심으로 영업자동화시스템 도입이 있었다면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확산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영업자동화시스템을 도입한 기업이 이미 재택근무 혹은 현장출근 제도를 시행하면서 비용절감 및 업무효용성 제고효과를 거둔 것으로 검증되고 있어 내년 제약업계의 최대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중공업=조선을 포함한 중공업 분야에서는 2003년이 e비즈니스 인프라 조성의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전사적으로 대대적인 프로세스혁신(PI)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어 내년부터는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진중공업은 올해 12월까지 내부 통합시스템을 구축해 내년 상반기중 전 업무에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도 오는 2004년까지 200억원 이상 규모의 PI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결정해 내년부터 세부적인 실천에 들어간다. 삼성중공업은 전사적인 관리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두산중공업도 ERP를 업그레이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제지=1위 업체인 한솔제지가 최근 내년부터 2005년까지 PI프로젝트 등에 본격 투자하기로 결정한 상태여서 다른 제지업체들도 IT투자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세림제지도 ERP 도입의 재추진에 대해 신중히 검토중이다. 특히 대부분의 제지업체들은 무관세 시대가 앞당겨짐에 따라 구매비용 절감이 기업의 경쟁력을 좌지우지할 것으로 보고 전략구매에 대해 구체화하기로 했다. 한국제지연합회를 중심으로 한 B2B시범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도 고려되고 있다.
◇건설=건설업체들은 주택경기 호황 등으로 큰 수익을 올렸던 올해와는 달리 건설경기의 성장둔화에 따라 강력한 브랜드 전략과 더불어 IT를 기반으로 한 차별화에 초점을 두기로 했다. 현대건설·삼성물산건설부문·LG건설·대우건설 등 주요 업체들은 ERP 도입, EIP 구축 등 내부업무 프로세스 혁신에 초점을 뒀던 올해와는 달리 내년부터는 협업시스템 구축을 위해 내부 시스템을 해외지사와 공사현장 등으로 연결하는 방안을 적극 내세우기로 했다. 특히 내년 하반기부터는 공기업을 중심으로 건설CALS/EC가 본격화된다는 점을 감안해 이에 대처하기 위한 시스템 마련에도 주력하기로 했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