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가 되면 빈곤·질병·소외의 삼중고에 시달리는 현실에 처하게 된다. 선진국들은 일찍부터 고령사회에 대한 각종 법안과 국가적 사업으로 고령사회에 대비해 왔다. 미국의 경우 1967년 ‘고용에서의 연령차별 금지법’을 만들었고 1987년에는 이를 더욱 발전시켜 정년제를 완전 폐지하는 법안을 만들어 고령인들의 사회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가칭 ‘고령사회대책위원회’를 만들고 ‘고령사회대책기본법’을 올해 안에 제정, 노인복지예산으로 2007년까지 4조2000억원을 책정해놓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선진국이 경험하고 있는 감당하기 힘든 재정적자를 맞이할 것으로 예견된다. IMF는 ‘한국경제의 주요 이슈(2001년)’란 보고서에서 한국은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연금수급자의 증가에 따라 30년내 재정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예측했다.
선진국에서 수행한 고령인구에 대한 복지정책 및 사업은 부분적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적 효과 뒤에는 막대한 재정적자가 따라다니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금 같은 추세라면 75년 뒤에는 34조달러 규모의 엄청난 재정적자가 예상된다. 일본을 비롯한 모든 고령화 선진국에서 똑같은 재정적자 현상을 보이고 있다. 사회의 단순한 고령화뿐만 아니라 고령인구의 초고령화로 인한 평균연령 상승, 출산율 감소로 인한 노동연령층 감소 현상은 재정적자를 급속히 가중시키게 될 것이다.
고령화 대책은 노인들에 대한 대책의 차원을 넘어서 우리 사회 모두가 책임과 사명을 갖고 대처해야 할 큰 위기인 것이다. 필자는 국가와 산학계에 제안을 하고자 한다. 실버산업과 관련된 국가적 규모의 실버공학기술 개발사업이 추진돼야 한다. 현재의 복지정책사업과 병행해 기술개발사업이 진행돼야 소모적이지 않은 생산적인 실버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다. 실버산업은 미래산업이다. 미래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실버산업에 필요한 미래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기술개발의 방향은 미래에 사회적·경제적 주요계층으로 부상하는 S세대 노인들의 신체기능 증진, 독립적 일상생활권 확보,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생산적 기술이어야 하며 미래 실버산업 창출에 기여하는 기술이어야 할 것이다.
노인들의 노화된 신체기능을 보조하거나 대행하는 기술, 노인들의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기술, 노인들의 사회활동을 지원하는 기술이 개발돼야 한다. 시각·청각·후각 등 노화된 감각기능을 보조할 기술, 운동기능을 보조할 기술, 생리적 기능 감퇴를 보조할 기술, 건강을 항상 모니터링할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또 노인들의 이동을 보조하는 기술, 세균감염으로부터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기술, 정보통신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노인들의 지식이 쉽게 표현되고 전달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이러한 기술들은 기존 의료기기 기술, 정보통신 기술과는 다른 특징을 갖는 기술들이다. 기존 기술들이 사후 대책적이고 명확한 논리명령에 기반을 둔 기술이라면 새로 개발되는 기술들은 사전 예방적이고 인간의 의지·행동에 대한 예측적 기술이 될 것이다.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산업적으로는 S세대 노인들의 지식자본을 활용한 다양한 고부가가치의 콘텐츠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노인들의 지혜가 연결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미래사회의 신 자본으로서 노인들의 지식자본을 활용하는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 유비쿼터스(ubiquitous)·컴퓨팅·생명공학기술 같은 새로운 기술들이 인간지향적인 기술이라면 그 첫번째 응용분야는 실버산업이 될 것이다.
고령사회는 분명 위기다. 일시적 위기가 아닌 지속적 위기다. 고령화 위기는 선진국들을 선두로 모두가 겪어야 하는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그러나 이는 다른 각도에서 보면 어느 나라가 고령화를 냉철히 인식하느냐, 얼마나 생산적인 준비를 하느냐에 미래 고령사회의 국가 경쟁력이 달려 있다고 하겠다.
<한양대 의대 의용생체공학교실 김선일 교수 sunkim@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