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전체에 무기력이 가득했습니다. 물론 목표의식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박광호 인티즌 사장(39)은 지난해 7월 사장으로 취임했던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와 LG, 동부그룹에서 회계와 경영, 기획 분야를 두루 섭렵했던 박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회사의 방향 설정에 전력을 다했다. 이와 함께 그동안 누적된 적자를 줄이는 데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선택과 집중.’ 박 사장이 인티즌에 제시한 이정표다. 그는 ‘마니아 커뮤니티’를 타깃으로 설정했다. 이와 관련, 박 사장은 “특정 분야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마니아는 액티브 유저로서 충성도가 일반 네티즌에 비해 무척 높습니다. 회원 수가 많은 것과는 또 다른 차원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마니아 커뮤니티는 기업에 타깃이 분명한 광고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마니아 커뮤니티를 통해 네티즌의 충성도를 크게 높이는 한편 광고주에게는 타깃이 분명한 광고가 가능할 것이라는 게 박 사장의 구상이다. 그의 구상은 조용하지만 차곡차곡 진행돼 지난달에 윈도 마니아, 디지털 카메라 마니아 커뮤니티를 유치했다. 그동안 개인적으로 활동해 온 마니아 커뮤니티 운영진을 인티즌으로 영입하고 커뮤니티 운영에 필요한 각종 장비와 시설 등 인프라를 아낌없이 지원한다.
젊은층의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 분야에서는 게임전문 케이블TV인 겜비씨와 제휴를 맺는 등 제휴 폭도 점차 넓혀가고 있다. 이외에도 박 사장은 올해 안에 PDA와 휴대폰, 비디오 게임, 온라인 게임 관련 커뮤니티를 확보한다는 계획 아래 동분서주하고 있다.
최고경영자로서는 인티즌이 처음이라는 박 사장은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회사의 경쟁력 원천이 우수한 인력이라는 그의 소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커뮤니티 유치와 함께 운영진을 영입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재학 중에 배운 주산과 암산 7단이라는 박 사장은 “숫자 계산에는 남다른 특기가 있지만 아직까지는 인티즌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밝히기에는 이른 감이 있습니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겸손하고 말이 없는 조용한 성격의 박 사장.
“지금까지는 인티즌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명확한 비전이 없었지만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더 달라질 것 입니다”라는 박 사장의 말에 강한 자신감이 넘쳤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