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의 텔레매틱스사업 진출계획이 잇따라 수정되는 등 차질을 빚고 있어 SK의 텔레매틱스시장 독주체제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국내 완성차업계와 자동차보험업계는 올들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부각된 텔레매틱스시장에 경쟁적으로 출사표를 던지고 선발주자인 SK를 따라잡기 위해 독자적인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서둘러 왔다. 그러나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텔레매틱스사업의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자 사업계획을 수정하거나 서비스 일정을 미루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시작된 SK의 ‘엔트랙’이 적극적인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회원 증가세가 당초 기대에 못미치는 등 사업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나타난 것도 대기업들의 텔레매틱스 사업계획을 주춤거리게 만든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삼성화재(대표 이수창 http://www.samsungfire.com)는 KTF와 공동 추진해 온 텔레매틱스 서비스 ‘애니넷’을 지난달초 공식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뚜렷한 이유없이 한달째 서비스 개시일을 미루고 있다. 이는 경기불황으로 텔레매틱스 고객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애니넷이란 서비스명이 휴대폰 애니콜과 유사하다며 문제점을 제기해온 삼성전자측의 항의 때문으로 보여진다.
회사관계자는 “120억원을 들여 실시간 교통정보를 제공하는 텔레매틱스 관제센터를 구축하는 등 관련 인프라는 이미 준비됐으나 확실한 서비스 개시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가 추진해온 텔레매틱스사업도 예정보다 지연되고 있다.
현대차는 원효로에 있는 정보센터를 중심으로 내년 1분기 아톰서비스를 시험실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실시간 교통정보 획득에 필요한 도로감지기와 프루브카 등 인프라구축에 시간이 걸리면서 본격적인 개시일정은 내년 2분기말로 연기된 상태다.
이밖에 삼성르노차가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텔레매틱스사업도 삼성전자, 삼성전기와의 공동개발사업이 지연되면서 서비스시점이 당초 알려진 것보다 늦춰진 내년말 이후로 미뤄진 상황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단말기를 거의 공짜로 뿌리는 공격적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SK엔트랙 회원수가 아직 6만명에 불과한 실정”이라면서 “내년도 경기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섣불리 텔레매틱스시장에 뛰어들 대기업이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며 SK에 의한 시장 독주체제를 예고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