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서 통증을 치료할 때 침을 경락·경혈의 자리에 정확하게 꽂지 않아도 똑같은 침술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금까지 한의학계에선 침을 제자리에 놓아야만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미국 UC얼바인대학의 뇌영상연구소 조장희 소장(66·사진)은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진단장치(fMRI)를 통해 지난 5년간 두뇌과학에서의 침 작용을 연구한 결과, 이같은 결론을 얻게 됐다”고 3일 밝혔다.
세계 MRI 학계에서 석학으로 손꼽히는 조 소장은 “침을 환자의 경락에 정확히 놓았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나타난 fMRI의 뇌기전 영상을 비교 분석한 결과, 통증을 느끼는 뇌부위가 활성화되는 현상이 똑같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즉 두가지 경우 모두 통증이 완화됐다는 것이다.
조 소장은 또 “현재 침을 통해 나타나는 뇌기전 현상의 20%를 밝혀냈다”며 “현대적인 뇌과학 연구를 통해 한의학에서의 침 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게 될 날이 머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은 뇌기능을 연구하기 위해 8년 전 침구 등 대체의학 연구개발에 800만달러를 투자했으나 올해에는 1억달러를 배정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 MRI를 지난 80년대 중반 처음 선보인 조 소장은 MRI와 CT 그리고 fMR의 기능이 통합된 새로운 형태의 첨단 의료기기가 5년내 선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