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권 오크테크놀러지 회장(46)이 다시 한국을 찾았다. 지난 4월 하이닉스반도체의 사외이사로 마이크론과의 양해각서(MOU)안을 부결시켰던 그가 이번에는 자신의 비즈니스를 위해 방한했다. 관련기사 1면
최근 인수한 실리콘밸리의 HDTV 시스템온칩(SoC)업체 테라로직을 국내 디지털TV 및 세트톱박스업체에 소개하기 위함이다. 테라로직은 삼성전자가 지분을 투자한데다 휴맥스 등 국내 전자업체들을 고객으로 갖고 있어 잘 알려져 있지만 그가 이끄는 ‘테라호’는 새삼 다르게 다가온다.
“테라로직의 디지털TV칩 기술과 오크의 DVD 및 프린터용 아날로그IC 기술을 접목하게 되면 가정의 각종 전자·컴퓨팅기기를 하나로 엮을 수 있는 홈네트워크시장에서 엄청난 파괴력을 보이게 될 것”이라는 게 그가 밝힌 공식적인 인수 이유.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가 경쟁력을 갖고 있고 뿌리를 둔 한국내 비즈니스를 확대하기 위한 포석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손 회장은 국내 전자업계에서는 상당히 알려진 인물이다. 28세의 나이에 인텔코리아의 초대 지사장을 맡았고 퀀텀의 아태지역 사장으로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본사 사장에까지 발탁돼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IT인으로 불려왔기 때문이다. 국내 벤처기업에도 상당한 투자를 했다.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 지난 99년 전도가 불투명한 오크의 경영자로 자리를 옮겨 회사를 키운 그가 이번에는 인텔·소니 등이 탐내는 유망 벤처 테라로직을 성공적으로 인수, 또 다시 능력을 과시했다.
“테라로직의 가장 큰 기술력은 다양한 규격으로 입력되는 방송신호를 고화질의 영상으로 바꿔주는 처리기술에 이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통합해 제공하는 것”이라는 그는 내년 5월에는 최신 HDTV용 SoC ‘9xx’를 국내 업체와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PC시장은 이미 포화됐다”면서 “디지털TV를 중심으로 DVD, PC, 각종 가전기기 등을 하나로 연결하는 홈서버의 핵심기술업체로 성장하는 오크를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