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집짓기(헤비타드)’ 운동은 이제 보편화된 사회봉사운동이다. 웬만한 사람은 미디어를 통해 헤비타드가 어떤 운동인지 알고 있다.
헤비타드는 70년대 시작돼 미국을 비롯한 세계 도처에서 가난한 이들을 위해 집을 지어주는 운동이다. 밀라드 풀러가 총재로 활동하고 있는 이 운동은 철저한 기독교 정신 아래 무노임·무대가의 사회봉사활동이다.
한국에서도 서울·의정부·진주 등 여러 곳에서 벌어졌으며 이미 전세계로 확산돼 한국의 봉사단원이 필리핀까지 가서 수십 채의 집을 지은 바 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도 이 운동에 참여해 더욱 알려졌다.
이 운동은 생각만큼 거창하지 않다. 사람이 생활하는 데 가장 필요한 집을 대부분 봉사단원의 힘으로 짓는다. 사회빈민층을 대상으로 화려하지는 않지만 따뜻하고 소중한 집을 지어줌으로써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식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배고픈 설움과 집없는 설움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고 한다. 배고픔은 당장 급한 만큼 정부가 앞장서지 않으면 안되는 사안이지만 무주택은 정부로서도 당장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은 현재 98.3%에 달한다. 헤비타드운동이 필요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사회빈민층은 예상외로 많다. 또 눈을 해외로 돌려보면 우리가 가진 만큼 베풀어야 하는 국제사회에서의 역할도 있다.
IT에서도 마찬가지다. IT선진국, IT 인프라 초강대국이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니지만 이는 정작 일부에만 국한된 것이다. ‘IT의 집’이라고 할 수 있는 IT 인프라 측면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최근 정통부가 정보문화센터와 함께 정보취약계층의 정보격차 실태를 조사한 결과 아직 장애인·노인 등 사회소외계층의 정보화는 밑바닥 수준이다. 장애인의 컴퓨터 및 인터넷 이용률은 각각 24.1%, 22.4%에 불과하다. 50세 이상 고령층의 컴퓨터 및 인터넷 이용률도 각각 11.4%, 9.1%로 IT강국이라는 명함을 내밀기가 쑥스럽다. 이마저 최근 들어 2, 3배 이상 크게 향상된 수치다.
일반적으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가름하는 척도로서 장애인 및 노인에 대한 사회복지를 기준으로 한다. 선진국은 부의 재분배를 통해 경제력을 상실한 소외계층을 일반국민과 동등한 지위로 설 수 있게 한다. IT선진국 역시 마찬가지다. 정보에 뒤진 계층을 보듬어 IT 인력화하는 것이 IT선진국의 첫번째 조건이다. 세계 초일류 IT강국을 지향하는 우리나라로서는 IT 인프라 구축의 한 면으로서 정보소외계층의 정보화 수준 제고가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다.
우리나라의 초고속인터넷 보급은 1000만명, 휴대폰은 거의 모든 국민에게 보급된 상태다. IT의 지원육성이 필요없다고 느낄지 모른다. 그러나 조사 결과대로 정보빈민층은 예상외로 많다. 현실에서의 집뿐만 아니라 사이버상에서의 정보사회 소외계층에게도 집을 지어줘야 할 때다.
이와 함께 IT강국을 바라보는 주위의 눈길도 의식해야 한다. IT선진국으로 자처하는 이면에는 국제사회에서의 역할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IT 헤비타드운동’이 필요한 이유기도 하다.
<이경우 IT산업부 차장 kw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