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회 벤처지원 포럼]벤처 전문인력난, 위기와 해법

 전자신문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벤처기업협회·여성벤처기업협회·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공동주최하고 다산벤처가 후원하는 제37회 벤처지원포럼(회장 오해석)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이사회 회의실에서 개최됐다. ‘벤처 전문인력난, 그 위기와 해법’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에는 정부정책 실무추진기관 관계자들과 관련 전문가, 벤처 관련 재무·회계·법률 전문가, 벤처캐피털리스트, 창업보육업계 대표자 등 벤처생태계 종사자들이 대거 참석, 최근 사업환경 악화와 더불어 전문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벤처업계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이를 극복할 대책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참석자=김상준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김영신 <소프트웨어진흥원 IT인력개발단장>

  김원근 <생산성본부 벤처인력인큐베이팅센터장>

  김진천 <벤처피플 사장>

  송낙경

  안준모 <건국대학교 교수>

  이부호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이사>

  ※사회=오해석 <숭실대 교수>

 

 ◇사회(오해석 숭실대 교수)=최근 벤처업계가 총체적인 조정기를 맞이하면서 벤처기업과 함께 벤처생태계를 구성했던 업계들도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특히 업계의 생존 문제와 더불어 벤처산업의 핵심 역량인 기술인력, 투자, 법률, 회계, 창업보육 전문가들의 이탈현상과 벤처취업 기피현상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현상은 결과적으로 벤처산업의 중장기적인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포럼은 이 문제에 대한 각계의 문제의식과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입니다.

 ◇김영신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IT인력개발단장=정부도 벤처업계 기술인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IT인력 수급상황이 좋지 않다는데 인식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정보통신부의 정책방향은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인력 적기공급 체계를 마련한다는 데 있습니다. 산업계 수요에 따라 적기에 인력을 공급할 수 있는 중장기적인 계획과 체제를 마련한다는 취지입니다.

 해외기관과의 협력과 함께 국내 교육기관에 대해 실무역량과 현장적응력을 겸비한 인재양성에 최우선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산업계와 연계한 교육과정과 해외 글로벌 인재양성 프로그램은 이를 뒷받침하는 주요 정책입니다.

 인재육성에 관한 선진국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이를 연계하는 네트워크도 마련할 계획입니다.

 이 정책에는 인력의 수보다는 질에 초점을 맞춘 육성정책이 질적으로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안준모 건국대학교 교수=벤처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핵심기술을 가진 핵심인력 확보가 중요하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묶어내는 네트워크 구축도 이에 못지 않게 고려돼야 합니다. 핵심인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실리콘밸리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실리콘밸리 성공의 배경에는 전문가들의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연구인력이 개발한 기술을 사업화하고 인큐베이션할 수 있는 전문가가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벤처업계에 노련한 전문가의 네트워크가 없다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공공분야에서 인큐베이션 인력양성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중국마저도 APEC인큐베이션센터를 운영하며 민간 전문가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민간과 공공영역의 협력모델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밖에 현재 인큐베이션 전문가의 자질이 대부분 국제 기준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는 점도 시급히 해결해야 될 사안입니다.

 ◇김원근 한국생산성본부 교육훈련사업본부장=산업자원부는 올해 처음 산업기반사업의 일환으로 벤처인력 인큐베이팅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번 사업추진 배경은 벤처육성정책을 시작한 지 5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벤처기업 내에 경영, 재무, 회계, 마케팅 등 사업화에 필요한 전문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습니다. 지난 7월부터 전국 테크노파크(TP)에서 교육이 진행중이며 지금까지 3기생을 배출했습니다. 이는 청년실업 해소, 벤처인력 확보, 기업 필요 직무교육 강화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진천 벤처피플 사장=벤처인력 문제는 단편적으로 해소될 문제가 결코 아닙니다. 인력문제는 대부분 산업, 교육, 경제 등 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부문에 복합적으로 얽혀 있습니다. 따라서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IT전문 인력난은 양적 질적 부분을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인큐베이팅 매니저의 이탈현상도 벤처인큐베이팅 산업의 기능상실과 맞물려 있습니다. 위기를 맞고 있는 벤처캐피털 업계상황은 전문 투자역의 운신의 폭을 더욱 좁히고 있습니다. 2, 3년 전까지만 해도 우후죽순처럼 설립됐던 벤처 관련 서비스 전문업계도 벤처업계 위기와 동시에 종사자들의 이탈이 더욱 가속화되는 상황입니다. 문제의 해결을 위해 벤처생태계 자체가 복구돼야 합니다.

 ◇송낙경 사장=벤처 육성정책이 처음 실시됐던 97년 당시만 해도 절실했던 것은 고용문제였다. 경제위기를 맞으며 급증했던 실업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처음 벤처기업 육성정책이 실시됐기 때문입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벤처산업에 대한 개념이 모호해지면서 벤처기업 특성을 살린 정책이 추진되기보다 일반 중소기업정책과 실업정책으로서 벤처정책이 추진됐습니다. 인력난에 대한 문제해결은 벤처에 대한 시각과 개념을 재정립하는 데서 시작될 것입니다.

 현재 벤처 인큐베이팅 업계만 하더라도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민간이 떠안은 리스크를 공공영역이 부분적으로 완충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공공부문 역할의 한계는 돌파구를 열어줄 수 있는 민간 전문그룹을 통해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창업의 중요한 원천은 대기업으로부터의 스핀오프(spin-off)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유출과 관련돼 창업의지가 꺾이는 젊은 인재들이 나와서는 안됩니다. 이런 기업관행도 우수 인재 유입을 위해 개선돼야 합니다.

 ◇김상준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벤처산업이 활성화되면서 대기업 위주의 법률서비스를 펼쳤던 로펌들이 벤처업계에 초점을 맞추고 전문서비스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업계가 다양화 다면화되면서 변호사 업무활동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이기 때문입니다. 벤처붐과 동시에 법률적 규제, 거래과정에서의 제한을 확인하려는 욕구가 높아져 법률 전문가의 수요와 공급이 늘어나고 벤처기업에 대한 변호사들의 관심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현재 인력난은 급성장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만큼 업계를 보는 곱지 않은 일반인의 시선과 스톱옵션 등 주식제도가 가졌던 매력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데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우수 인력에 대한 인센티브 보상과 투명한 경영, 기업문화가 다시 마련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부호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이사=벤처산업 육성정책은 현 정부가 고용문제의 대안으로 내놓은 것입니다. 과연 벤처육성 정책과 일반 중소기업 정책의 차이점이 있었는지를 다시 한번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현 정책이 중소기업정책 연장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벤처산업과 함께 구조조정기를 맞고 있는 벤처캐피털업도 최근 캐피털리스트 수가 1400명에서 1200여명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결국 벤처캐피털 업계도 IMF 직전 여신전담 금융회사가 붕괴하는 모습을 답습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인재들이 회사를 떠나 새로운 직장을 찾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캐피털리스트는 증권사 펀드매니저와는 매우 다릅니다. 캐피털리스트는 짧은 시간에 승부를 걸고 이를 회수하는 역할이 아니라 오랜 경험과 축적된 노하우를 통해 장기적인 투자와 관리, 회수를 관리하는 전문가입니다.

 업계에 종사하는 투자심사역 대다수가 증권사 펀드매니저를 하다 자리를 옮긴 사람들이기 때문에 벤처에 투자된 자금의 단기회수를 바라고 있다는 상황은 어쩌면 큰 문제일 수 있습니다. 미국처럼 경륜있는 캐피털리스트로 업계를 재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벤처캐피털리스트 육성 프로그램이 우리나라에 없다는 것입니다. 중도에 포기해버리는 젊은 캐피털리스트도 문제라지만 새로운 기술동향과 다양한 노하우를 재교육하는 재순환 시스템이 뒷받침되고 있지 못한 국내 실정도 인력난을 가중시키는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김영신=휴먼파워가 생존의 열쇠인 벤처업계는 시장과 산업계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베테랑을 적극적으로 흡입해야 합니다. 패기있고 열정적인 젊은 벤처인의 창업도 중요하지만 이를 포괄적으로 키울 수 있는 노련한 전문가집단의 주도면밀한 움직임도 따라주어야 합니다.

 한 스타급 벤처가 탄생하기까지 원천기술 개발, 시기적절한 사업화, 마케팅 등 다방면에서 전문가들의 끝없는 물밑작업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원천기술 개발은 우수한 연구자의 몫이라지만 사업화를 위한 최적의 시기를 판단하는 것은 노련한 벤처캐피털리스트의 몫입니다.  

 ◇안준모=실업대책으로서의 벤처정책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향후 벤처산업 육성방향은 성장 위주 정책으로 바뀌어 나가야 합니다. 미국의 유망 솔루션업체 시벨사의 경우 창업 초기 3년 동안 전략적 제휴를 맺은 중소 벤처기업이 700개에 육박했습니다. 만약 이들 기업이 50명씩만 고용해도 3만5000명의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스타급 벤처기업을 육성해 작은 개미군단에 부가적인 상승효과를 일으키는 성장 위주 전략으로 고용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이는 또 벤처생태계와 관련된 전문가들이 먹고 살 길을 열어주기도 합니다. 즉 성장 위주 정책 드라이브를 통해 벤처기업뿐만 아니라 법률서비스, 인큐베이팅, 캐피털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것입이다.

 ◇김원근=지금까지 벤처인력 양성과 관련된 교육과정이 대부분 최고경영자층을 중심으로 짜여졌습니다. 이 때문에 벤처기업에서 일하는 일반 종사자들을 재교육하는 프로그램은 거의 전무한 실정입니다. 또한 공공 혹은 민간 인력육성기관 또한 급증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2∼3년전 100여개에 육박했던 육성 기관수도 업종변환, 자진폐업 등으로 최근에 급격하게 줄었습니다.

 앞으로 벤처인력 육성과 관련해 정책기관보다는 실행기관이 더 늘어나야 합니다. 지방에도 인력육성과 재교육을 위한 지역 클러스터를 형성해 지역 내에 인력확보 프로그램을 상시화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송낙경=전문인력 부족현상은 벤처산업의 수도권 편중문제와 맞물려 사고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테크노파크(TP), 소프트타운 등 지방 벤처생태계는 시장형성과 더불어 인적 자원의 원활한 공급기능이 거의 미비한 상황입니다. 특히 인력육성 시스템의 수도권 편중화 현상은 더욱 심각한 방향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지역 벤처를 지원한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내용은 모두 똑같습니다. 지자체마다 지역 실정에 맞는 특화산업을 육성하고 이에 맞는 인력을 흡입하는 게 당연한데 한정된 자원(인력)을 분배하려니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김진천=비교적 사업환경이 좋은 대전 대덕벤처밸리 소재 유망 벤처기업마저도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얼마전 서울 지역 학교 출신 학생 유치를 목적으로 행사를 열었는데 고급인력 실업난이라고 얘기되는 현실과는 다르게 학생층의 호응이 거의 없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만큼 취업을 준비중인 학생마저도 벤처취업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어쩌면 수요공급의 법칙 면에서 청장년층이 인기있는 분야를 좇아 따라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벤처생태계가 조정국면을 맞이하면서 비전을 찾지 못한 벤처인과 청년층의 이탈과 외면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벤처산업에 희망적인 부분도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잠깐 동안이나마 벤처의 자유와 도전정신, 투명성에 매력을 느낀 상당수 CEO나 CFO 중에서 벤처업계에 남고자 하는 사람이 상당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문제는 구인난과 더불어 구직난이라는 균열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대전의 사례에서 보듯 구직난과 구인난의 병존문제는 직업의식과 함께 사회적 가치관과 개별 가치관이 복합적으로 얽힌 사항입니다. 보다 깊이있고 폭넓은 연구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김상준=전문 엔지니어를 포함해 벤처와 그 생태계에 종사하는 인력은 다양합니다. 무엇보다 벤처창업의 중심에는 모험적인 기술자들이 포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성장하려면 기술력 외에도 재무·회계·법률·보육·마케팅 등 더 많은 전문적인 지식이 덧붙어야 합니다. 정작 이들 종사자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지만 벤처기업들이 이에 따르는 경비를 부담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이런 상황을 정부는 주목하고 공적 영역에서 벤처종사자의 재교육 문제를 전향적으로 다뤄주길 바랍니다.

 ◇사회=제 주위에는 수십년간 꾸준히 자기 분야에서 묵묵히 기업을 성장시켜온 지인이 몇몇 있습니다. 대부분 이들은 수많은 사업실패와 재기를 반복하면서도 끈기있게 현재의 규모로 회사를 키워냈습니다. 벤처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벤처육성정책을 시작한 지 불과 5년이 지났을 뿐입니다. 몇몇 문제있는 벤처기업가들과 정책의 실책으로 섣불리 벤처산업을 ‘탕아’로 낙인찍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벤처산업 육성정책은 결코 5년안에 끝낼 단말마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새로 출범할 정부가 지금까지 추진됐던 정부정책과 현재 업계 상황을 반영해 한층 질적으로 성숙한 산업 여건을 조성할 수 있도록 각계 전문가들이 나서야 할 때입니다. 벤처업계는 이제 겨우 첫번째 시련을 맞고 있을 뿐이라는 점을 참석자 모두 공감하면서 포럼을 마칩니다.

 <박근태기자 runr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