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부터 가격폭락과 함께 침체국면을 면치 못했던 세계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시장이 연중 최대 성수기인 4분기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완연한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TFT LCD 모듈 공급가격은 일부 로엔드급 15인치 모니터용 모듈 기준으로 180달러선까지 추락을 거듭하고 있어 최근의 수요회복이 향후 가격추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분기말부터 IT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공급가격 폭락과 함께 극도의 부진을 보였던 TFT LCD 수요가 지난달 중순 이후 빠르게 되살아나고 있다. 이에 따라 재고량이 눈에 띄게 줄면서 업계의 생산시스템 및 마케팅 전선이 다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까지만 해도 생산량 대비 출하량이 부족해 적정 재고량을 크게 웃돌았으나 10월 중순부터 17인치를 중심으로 수요가 9월 대비 20% 가량 늘어났다고 밝혔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있으나 수요가 회복돼 현재 자체 재고량이 1주분을 약간 넘는 정상 수준으로 회귀했다”고 말했다.
LG필립스 역시 10월부터 판매가 늘어나면서 재고가 줄어들고 있다. LG는 현재 재고량이 3주 안팎인데 머지 않아 적정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다.
모니터용 17인치를 주력 생산중인 하아디스측은 “얼마 전까지는 가격이 떨어져도 수요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으나 최근엔 수요가 늘면서 재고량이 지난달말 대비 10∼20% 줄었다”고 밝혔다.
TFT LCD 수요가 이처럼 5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통상적으로 4분기 PC 수요의 60% 이상이 집중하는 미국의 추수감사절(11월말)과 크리스마스(12월말) 사이의 연말특수를 앞두고 모니터 및 PC 업체들이 LCD모듈의 사전구매에 나서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TFT LCD 시장이 그동안 가격하락과 수요부진이 겹치는 총체적 부진에 허덕였지만 성수기로 접으들면서 수요만큼은 적어도 4분기말까지 회복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그러나 업계의 재고와 공급량이 당분간 수요를 웃돌 것으로 보여 업계의 밀어내기가 시작되는 다음달까지 가격하락세는 멈추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