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보조금규제 이대로 좋은가>(4)보조금 규제책 문제는 없나

 이번 통신위의 영업정지에 대해 단말기와 유통업계가 불만을 터트리는 것은 단지 당장의 영업차질 때문만은 아니다. 단말기 보조금 금지를 법제화하면서 의견수렴도 거의 하지 않는 데 따른 소외감이 더 크다. 단말기와 유통업계는 정통부가 전기통신사업법 중 단말기 보조금 금지조항을 포함시키는 과정에서 이통사업자들은 몰라도 후방산업계에 의견을 피력할 기회를 충분히 주지 않았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업계는 또 단말기 보조금의 모호한 정의와 임의적인 제재에 대해서 불만을 드러냈다.

 ◇임의적인 규제=SK텔레콤 30일, KTF와 LG텔레콤 20일, KT(별정) 10일. 신규 가입자 모집을 못하는 기간이다. 통신위 관계자는 “통신위 위원들이 30일은 돼야 규제가 될 것으로 보고 한달을 기준으로 삼았으며 후발사업자들도 이에 준하는 처벌을 내리지만 영향력을 적게 주기 위해 20일로 했다”고 말했다. 제재의 강도를 정하는 데 있어 법적·행정적인 기준을 따르지 않고 통신위의 임의적인 판단에 따라 결정됐다는 것이다.

 KTF는 20일간, KT(별정)는 10일간 영업을 할 수 없다. KTF와 KT(별정)는 동시에 영업정지를 받더라도 소비자들은 10일만 016·018에 가입을 하지 못할 뿐이다.

 이에 대해 경쟁사들의 반발이 높자 통신위는 KTF 영업정지 기간에 KT(별정)도 가입자를 받지 못한다고 또다른 해석을 내렸다. 결국 KT(별정)에 대한 영업정지는 추후 규제에 대비한 것일 뿐 실제로는 KTF의 정지기간 20일에 맞춘다는 것이다.

 정통부와 통신위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업계에서는 모든 제재가 논리적인 근거보다는 상황에 따라 달라져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단말기 보조금 범위도 애매모호=업계는 ‘단말기 보조금’에 대한 개념도 애매하다고 문제를 삼는다. 정통부는 각 이동전화 대리점에 대해 일률적으로 단말기 구입가격과 판매가격을 비교해 조금이라도 차이가 있으면 보조금을 준 것으로 판단한다. 대리점과 사업자 관계자들은 정통부가 신속하게 단속하려고 단말기 기종마다 일률적으로 가격을 정하고 그 이하로 판매된 것은 모두 적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업자들이 실제로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더라고 대리점측이나 제조업체측의 ‘박리다매식 판매’, 인센티브에 의한 할인 등도 모두 보조금으로 해석돼 결국 사업자가 ‘관리부실’이라는 죄목으로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된다는 설명이다. 한 통신사업자 관계자는 “대리점이 생존을 위해 보조금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본사에서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제조와 유통업계 입장 반영없어=대리점과 제조업체에선 보조금 금지를 법제화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만한 공론의 장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대리점 등 유통업체들의 보조금 사용에 대해 조사를 펼치면서 정작 보조금 정책에 대한 유통업계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조금 규제 조치가 실제 시장에서 얼마나 실효성을 거뒀는지 그 파장은 어떤지에 대한 충분한 조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단말기 제조업체들도 보조금 금지 법제화 과정에서 소외되긴 마찬가지. 입법예고 후 지난해 전자공업진흥회를 통해 건의문을 제출한 것이 고작이다.

 이에 대해 정통부 통신위 관계자는 “유통업체나 단말기업체 등의 입장을 듣는 공식적인 절차는 없었으나 절차를 밟을 만한 사안이 아니었다”며 “일부 소규모 대리점들은 대규모 대리점에 치여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하면 안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 PDA 업체가 직접 방문해 규제의 부당성을 주장했으나 PDA도 통화기능이나 번호부여 등이 이동전화단말기와 다를 바 없어 무시했다”고 밝혔다.

 어쨌든 의견수렴 부족은 지난 1일 국회 소위원회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심사 결과 단말기 보조금 관련 조항이 보류되는 결과로 나타났다.

 단말기업체의 관계자는 “보조금 규제가 단순히 이동통신사업자뿐만 아니라 단말기 업체, PDA 제조업체, 유통시장 등 광범위한 영역에 영향을 미침에도 정부가 관련업계의 의견을 제대로 묻지도 않고 밀어붙이기식 입법을 진행하고 있다”며 “보조금 규제 조치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실효성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가 진행되고 또 이를 평가한 다음에 보조금 금지를 법제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김태훈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