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이 온라인 유통시장에서 찬밥신세가 될 것인가.
금융감독원이 올 12월 31일을 기점으로 변경·시행할 예정이라고 올초 발표한 ‘기업회계기준서’와 관련, TV홈쇼핑 등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가전제품의 편성 비중을 줄이거나 취급·축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회계기준서는 유통업체의 경우 상품 판매에 따른 소매가 전체를 매출로 잡던 방식에서 탈피해 수수료 등 실질 판매수익을 매출로 잡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본격시행을 채 두달도 안남겨 놓은 시점에서 LG홈쇼핑, CJ홈쇼핑, 우리홈쇼핑 등 주요 홈쇼핑 업체들은 올 하반기 이후 점진적으로 가전 취급 비중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G홈쇼핑의 경우 올 상반기 전체 매출 중 35% 가량을 차지했던 가전·PC 부문 매출이 하반기들어 30% 안팎으로, CJ홈쇼핑 역시 PC제품군을 포함한 가전제품의 매출 비중이 상반기 30%에서 하반기들어 20%대 초반까지 크게 낮아졌으며 우리홈쇼핑 역시 가전제품 축소 및 수익성 높은 상품 확대를 위해 관계부서간 조정에 들어갔다.
홈쇼핑업체들이 가전제품 취급을 꺼리거나 축소하는 이유는 내년부터 회계기준이 변경돼 시행될 경우 직매입 또는 자체브랜드 상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상품의 판매수수료만 매출로 계상하게 될 경우 대외적으로 공개하는 매출축소 그리고 이에 따른 기업이미지 훼손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TV홈쇼핑의 경우 급속한 가전품 취급축소가 예상된다. 그동안 전체매출에서 차지하는 가전·PC 매출 비중이 30% 이상으로 높아 가전제품군이 전체 매출 및 매출 상승에 큰 기여를 해왔음에도 타 상품군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익률로 인해 고민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가전제품 취급 비중을 낮춰 수익성을 높이는 한편, 회계기준 변경에도 대처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꾀하리란 점을 쉽게 생각할 수 있다.
TV홈쇼핑업체들이 이처럼 온라인 유통시장에서 가전제품을 취급해봐야 별 소득이 없다고 보고 다각적 대응을 모색하는 이유는 백화점, 할인점, 양판점 등과 가전품 취급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백화점의 경우 이미 오래전부터 기존 가전제품의 직매입 체제를 바꿔 입점방식의 수수료 매장으로 전환했고, 할인점과 양판점도 대부분 직접 물류창고를 두고 직매입 방식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회계기준 변경에 상관없이 이들 업체의 가전 매출은 곧바로 전체 매출로 잡힌다.
이같은 상황 변화에 따른 온라인·TV홈쇼핑 업체들의 대응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LG홈쇼핑은 가전제품비중을 인위적으로 줄여가기보다는 패션, 명품 등 수익성 높은 상품을 강화해 자연스럽게 매출 비중을 조절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CJ홈쇼핑은 PB상품을 포함한 이른바 ‘온리원 상품’을 확대하는 한편, 방송상의 편성 비율을 축소해 나가기로 했다.
올초 가전제품 등 공산품 판매 비중을 크게 확대하던 농수산쇼핑 역시 최근 식품 중심의 편성비중을 늘리고 PB상품 중심으로 가전제품을 취급해 나갈 계획이다. 따라서 향후 회계기준서와 관련한 온라인 유통시장에서의 가전제품 취급 비중은 계속해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