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정보통신 관련 수입 완제품에 대해선 무관세를 적용하는 반면 관련 원자재에는 역관세를 부과, 국내 중소 부품업체들의 대외경쟁력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WTO 가입 이후 정보통신 부품 및 완제품에 사용되는 원자재에 대해 8%의 역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중소 부품 및 소재 업체들이 중국·대만 등 경쟁국과의 가격경쟁력에서 밀려 점차 설자리를 잃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역관세가 적용된 원자재를 사용한 필름콘덴서·디지털카메라·PCB 업체들이 가격경쟁력을 상실해 국내 제조업 기반이 급격하게 붕괴되고 있어 이들 중소업체가 수입 완제품이 무관세인 경우 해당 주요 부품들도 무관세를 적용시켜 줄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콘덴서업계는 필름콘덴서 핵심 재료인 필름을 수입하면서 8%의 관세를 물고 완제품을 제조, 최소 30% 이상 가격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따라 중국·대만 등 업체들이 저임금과 무관세를 등에 업고 저가공세를 펼쳐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실정이다.
성문전자의 한 관계자는 “불평등한 관세구조로 국내 필름콘덴서업체의 경영상태가 점점 악화되고 있다”며 “특히 세트업체들이 무관세인 중국산 등 저가 제품을 적극 구매함으로써 국내 시장을 외국에 고스란히 내줄 형편”이라고 말했다.
디지털카메라용 LCD(1.6인치)를 수입하는 중소 디지털카메라 제조업체들도 가격경쟁력 상실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코콤의 한 관계자는 “완제품에 관세가 없고 핵심 부품인 LCD엔 관세를 부과하는 불합리한 구조 때문에 국내에서 제조할 경우 해당 관세만큼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PCB업계도 역관세로 정부측과 마찰을 빚고 있다. 중국 등 외산 기판이 무관세로 수입되는 상황에서 관세청이 기판 인쇄의 필수 원자재인 드라이 필름에 대해 관세를 매기는 행정조치를 내려 업계로부터 심한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입 부품에 대해 관세를 낮추면 부품 국산화를 저해할 수 있다는 일부 반론이 있지만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거시적인 차원에서 완제품이 무관세라면 부품도 당연히 무관세로 적용, 해당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